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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클래식 카-2: 19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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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5-01-13 17:25

한국의 클래식 카-2: 1970년대



1950~60년대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시작되는 시기였다면 1970년대는 발전의 첫 걸음을 뗀 시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진자동차는 차체가 더 커진 신형 코로나 승용차를 1970년부터 생산했습니다. 한편 3륜 소형 화물차 T-600생산 이후 기아는 1970년부터는 일본의 동양공업(현재의 마쓰다)로부터 들여온 3륜 중형 트럭 T2000을 생산합니다.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관련된 풍경에서 소형 3륜 화물차 T-600과 중형 3륜 화물차 T-2000은 빼놓기 어려운 차종의 하나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차량이라는 관점에서 3륜은 안정적 구조는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로 인해 초기 자동차 시대의 역할은 적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현대자동차는 설립 이전이었던 1940년부터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1968년부터 울산공장에서 유럽 포드에서 개발한 중형 승용차 코티나 2세대 모델(Mk-II)과 포드의 D시리즈 트럭을 조립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71년부터는 3세대 코티나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3세대 코티나 모델은 2세대보다 더 육중한 디자인과 차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편, 신진자동차 해체 이후 1972년에 GM코리아가 설립되면서 GM의 호주 계열사 홀덴(Holden)의 토라나(Torana)를 조립생산한 시보레1700과 함께 독일 오펠(Opel)의 레코드(Rekord)를 들여와 프리미어 라는 이름으로 발매합니다.



이 시기에는 기아산업에서도 소형 승용차를 개발하기 시작해서 1974년에는 마쓰다에서 들여온 소형 세단 파밀리아를 브리사(Brisa; 스페인어로 산들바람)라는 이름으로 내놓습니다. 985cc배기량이었던 브리사는 1,200cc 엔진의 포니가 나오기 전까지 자가용과 택시로 팔리면서 거의 국민차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유모델 차량의 개발은 1972년부터 실행된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추진력을 얻게 됩니다. 여기에는 정부의 장기적인 조선공업 진흥계획과 자동차공업 진흥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고유모델 개발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과 자동차 국산화정책의 흐름 속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유모델 자동차의 개발은 그 당시에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습니다. 이미 일본의 자동차산업은 1970년대부터 미국 수출이 시작되면서 기술적으로 독자성을 찾아 나가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엔진과 변속기 기술은 아직은 유럽과 일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고유모델 승용차 개발은 우리나라 전체로 보이도, 그리고 자동차 기업의 관점으로 보아도 큰 모험이 틀림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첫 고유모델 콘셉트 카 포니 쿠페와 양산형 차량 포니 승용차가 개발돼 1974년도에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출품되었으며, 이후 양산형 승용차 포니가 개발되어 나옵니다.



그런데 이때는 일본의 차들도 아직은 서구의 디자인을 답습하는 수준이었기에 포니 개발에서 일본의 디자인을 참고하지 않고 자동차 디자인의 본고장이었던 서유럽, 특히 디자인 선진국 이탈리아의 젊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Giorgetto Giugiaro; 1938~)와 협업을 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디자인이 일본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성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이 틀림 없습니다.



작년에 현대자동차가 다시 복원한 포니 쿠페 콘셉트카는 1974년 당시의 담당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직접 작업하였으므로 그 의미에서는 원형과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이미 본래의 차량은 유실되어 존재하지 않으므로 실질적으로는 복제품(replica) 이기는 합니다.



한편 기아에서 내놓은 소형 세단 브리사는 1976년에 1.300cc엔진으로 바뀌고, 포니처럼 4개의 헤드라이트를 달기도 합니다. 1977년에는 K303이라고도 불렸던 브리사 II도 나옵니다. 브리사 II는 세단과 함께 웨곤형 모델도 나왔는데요, 전체적으로 포니가 직선적이었다면 브리사 II는 곡면을 많이 쓴 차체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977년에는 현대에서 포니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1톤 트럭 고유모델 포터가 등장해서 오늘날까지 이어진 포터 트럭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GM코리아에서 새한자동차로 이름을 바꾸면서 내놓은 제미니는 미국 GM이 개발주체가 된 월드카 개발 프로그램의 이스즈 차량을 도입해 생산한 것으로, 유럽의 오펠과 일본 이스즈의 합작 개발이었습니다. 이스즈 제미니는 몇 년 전까지 닛산의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지냈던 시로 나카무라가 청년 시절에 디자인한 모델이었습니다.



한편, 이 시기에 등장한 새한자동차의 레코드 로얄(V-car)은 독일 오펠의 모델을 그대로 생산한 것이어서 독일 기술의 세단이 국내에서 그대로 등장했던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오펠 이외에도 독일 포드에서 개발된 코티나와 그라나다 등 중형과 대형의 승용차들이 우리나라에서 조립생산되면서 한국인의 자동차 디자인과 자동차의 성능에 관한 인식이 유럽 성향, 특히 독일의 그것과 더 비슷하게 형성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1978년에 현대자동차는 독일 포드가 개발한 대형 세단 그라나다(Granada)를 내놓습니다. 직선적 디자인의 그라나다는 유럽 포드가 유행시킨 사각형 헤드램프와 수평형 그릴의 전면 디자인이 특징인 국내 최고급 승용차였습니다. 게다가 은색으로 칠해진 게 대부분이었던 스틸 휠에 검은 색을 적용해서 휠 이미지도 매우 독특했습니다.



그 시기에 함께 등장한 프랑스의 푸조 604는 기아자동차에서 조립 생산되었고, 1990년대 초반까지도 현역으로 운행되었습니다. 푸조 604는 프랑스의 패션 감각을 보여준 디자인으로 독일에서 개발된 그라나다 혹은 레코드 로얄과는 또 다른 성향의 유럽형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79년에 기아산업이 이탈리아의 피아트에서 들여온 132모델을 내놓습니다. 132모델은 람보르기니 쿤타치를 디자인 한 슈퍼카 디자인의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Marchello Gandini : 1938~2024) 디자인의 단단한 이미지의 차체 형태와 마치 네 잎 클로버를 연상시키는 휠 디자인 등으로 당시에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들이 선호한 차량이었고, 더러는 장성급 군인이 타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의 시기에는 이처럼 현대, 기아, 새한자동차 등에서 다양한 유럽 국적의 승용차가 기반이 된 고급 세단 모델과 아울러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한 고유모델이 등장하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이루게 될 성장의 밑거름을 다지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1976년에 등장한 우리나라의 첫 고유모델 포니는 50년 가까지 지난 지금 보아도 여전히 모던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과론적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쥬지아로에게 최초의 고유모델 디자인을 의뢰했던 건 우리나라의 자동차 디자인이 일본의 자동차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지고 발전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작용했음이 틀림 없습니다. 다음의 글에서는 1980년대의 우리나라의 클래식카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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