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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고성능 전기차부터 수소 버스까지...밤낮없이 두들기고 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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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4-04-01 11:25

[르포]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고성능 전기차부터 수소 버스까지...'밤낮없이 두들기고 뜯고'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그룹은 세계 3대 완성차다.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6.7% 증가한 730만 2451대를 팔아 도요타(1065만 대), 폭스바겐(880만 대) 다음 순위에 올랐다. 10개가 넘는 계열 브랜드를 거느린 폭스바겐그룹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현대차그룹 성장은 올해 누적 500만 대 판매 기록을 달성한 친환경차가 주도했다. 핵심은 전기차( BEV)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50만 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순위 7위에 안착했다.

지난 2011년 첫 양산형 전기차 현대차 '블루온'을 선보인 지 불과 12여 년만에 세계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현대차그룹이 특히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차 개발 산실인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해답을 찾아봤다. 로봇까지 투입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초대형 상용차부터 고성능 전기차, 그리고 배터리를 두들기고 뜯어가며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곳이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심장을 개발하는 고성능 EV 산실 

전동화시험센터는 EV 핵심 구동계인 모터와 인버터의 성능을 사전 개발하고 실차 효율을 평가해 전기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실도로에서 이뤄지는 주행 테스트와는 달리 실내 시험 공간 내에서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모사해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해서 진행한다.

시험실에 들어서면 크지 않은 모터 소리부터 들리기 시작한다. 총 3곳으로 이루어진 내부에는 모터와 인버터를 측정하는 커다란 장비들이, 그리고 한쪽에는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이 장비에 맞물려 있었다.

전동화구동시험3팀 곽호철 책임연구원은 “모터 단품 시험부터 차량 양산까지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3가지 동력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력계 장비의 개수에 따라 크게 1축과 2축, 그리고 4축 동력계 실험실로 나눠 운영된다”라고 설명했다.

1축 동력계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의 기본 특성에 대한 시험을 하는 곳으로 단품 시험으로 모터 시스템의 성능, 효율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2축 동력계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에 감속기, 구동축을 추가해 실제 차량의 구동계를 모사한 환경에서 실험이 이뤄진다.

4축 동력계 시험실은 실체 차량을 직접 구동해 사륜구동(AWD, All wheel drive) 포함 구동계 전체의 시험 평가가 가능하다. 배터리 시뮬레이터를 사용했던 1, 2축 시험실과 달리 전기차에 탑재되는 실제 배터리를 직접 활용한다.

일반적인 전기차와 달리 고성능 전기차는 가혹 조건에서의 주행을 고려해 제작되는데,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서는 아이오닉 5 N이 도달할 수 있는 시속 260km의 초고속 시험이나 극한의 부하 조건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습득과 평가는 고성능 전기차 개발의 단초가 된다.

배터리 분석실....차세대 배터리 기술 내재화의 중심 

기초소재연구센터 소속 배터리 분석실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분석해 세부 구성 물질을 연구하는 곳이다. 배터리 셀을 구성하는 소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셀의 성능, 내구성, 안정성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분석실은 소재 연구 특성상 온/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드라이룸 환경 하에 운영되고 있었다. 재료분석팀 이재욱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소재 특성상 수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드라이룸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셀을 해체하고 분석을 진행해야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석을 위해 배터리가 처음 옮겨지는 장소는 ‘셀 해체실’이다. 배터리 셀의 구조 파악과 구성 소재 분석을 위한 시료 채취 작업이 진행된다. 셀 해체실 공간은 혹시 모를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 벽면, 천장을 비롯해 테이블과 같은 기본 설비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마감돼 있다. 또 해체실 한편에는 자동소화 설비가 적용된 흄후드와 각종 화재 차단 설비가 곳곳에 비치돼 있다.

배터리 분석실에서는 다양한 시험을 통해 배터리 설계 사양 및 내구성, 충·방전 조건에 따른 성능과 수명 평가 등을 확인하며 필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품질 문제에 대응한다. 또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었다.

상용시스템시험동...운전자를 위한 모든 조건 평가

신차를 양산하는 단계까지는 거쳐야 할 관문이 매우 많다. 차체의 안전과 내구성은 물론 수많은 차량 내 부품이 기후 및 도로 환경, 운전자 특성, 법규 등의 기준을 충분히 만족하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혹독한 시험대를 거쳐야 한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차량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 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는 상용차의 특수성을 반영한 환경 및 성능 조건의 시스템 단위 평가를 통해 자동차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최적화한다.

현대차∙기아의 모든 상용차는 이곳에서 혹독한 시험을 거쳐 개발된다. 평가 조건은 일부 다르겠지만 구조적으로는 승용차 시험 연구와 거의 동일한 프로세스로 볼 수 있다. 4400여 평에 달하는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시험동에서는 실차 거동 재현과 필드 환경을 반영한 차량 평가 검증이 한창이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시험동 내부는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 등 크게 다섯 가지 구역으로 이뤄졌다. 차체∙안전 구역에서는 차량 내외부의 안전을 테스트하는 충돌 시험과 기후환경을 재현한 시험 장비가 들어서 있다.

BSR(Buzz, Squeak, Rattle) 시험실은 사방이 삼각뿔 모양의 흡음재로 둘러 쌓여 있었다. 차량 부품 간 발생하는 민감한 소음까지 잡아내기 위해 시험실 내부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소음이 없는 공간이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음은 다양한 온도와 진동 조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조건까지 구현이 가능했다.

또 조향∙현가 구역에서는 육중한 로봇이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서스펜션을 연신 흔들며, 서스펜션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이 시험은 24시간 연속으로 진행되지만, 주행거리가 승용차 대비 긴 상용차의 특성을 고려, 시험 기간만 몇 달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맞은편에 위치한 또 다른 장비는 6축 무빙 기계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마운트를 걸고 실제 주행과 마찬가지로 거세게 흔들며 충격을 주고 있었다. 각종 연료전지시스템 외에도 배터리, 모터, 감속기 등 수소전기 상용차에 장착돼 있는 모든 부품의 내구성을 측정하는 시험이었다.

구동∙제동 구역 다이나모 무향실에서는 유니버스의 브레이크 소음을 평가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최고 수준의 브레이크를 개발하기 위해 한 달 반의 기간 동안 정해진 시험조건에 따라 반복적인 제동 시험이 이뤄진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의 마지막 구역은 NVH 다이나모 무향실이다. 1만 3000개의 흡음재로 빼곡히 둘러싸인 7.5m 높이의 방음벽으로 둘러 쌓여 있는 무향실에서는 엔진 구동계 소음부터 실내외 소음까지 실제 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소음을 평가한다.

상용환경풍동실...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상용차 풍동 시험장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압도적 기술력과 스케일의 상용환경 풍동실이었다. 상용환경시험동내 3개 시험실 중 하나인 상용환경풍동실은 내연기관 및 친환경 상용차(전기차, 수소차 등)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으로, 주행 환경시험을 위한 다양한 융복합 연구 장비들이 대거 설치돼 있다.

환경풍동시험실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40℃~ 60℃까지, 습도를 5%~ 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이 가능하다.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어 실제 주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도 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환경풍동실 내부 공간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유로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시설 규모는 더욱 커진다.

풍동실 내부 천장과 측면은 태양광 장비가 설치됐다. 시험실 온도가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에 맞춰져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중동 국가에서 곧 있을 성지 순례용 버스 공급을 위해 현지 조건에 맞춰 실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풍동시험실은 배터리 충·방전 및 냉각 성능 등 각종 성능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수소차의 연비를 중량법으로 시험 가능한 수소 공급 전용 설비도 마련돼 있다. 또 실도로 주행 시험을 위해 1000마력 다이나모 모터와 세계 현지 모드를 재현할 수 있도록 160인치 모니터로 구성된 도로영상 주행 보조 시스템으로 다양한 상황에 맞춘 테스트를 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라인업

이날 남양연구소 현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일구고 있는 경쟁력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세계적 규모의 시절과 장비에서 혹독한 테스트를 거친 현대차그룹 전기차 라인업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 영향력 있는 자동차 기관과 매체가 주관하는 시상식을 석권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좋은 예가 E-GMP 기반의 전기차들이 세계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휩쓴 것이다. 이 저력에 국내 최대 전기차 핵심 기지인 남양연구소가 있었던 것이다. 남양연구소는 1995년 출범한 종합기술연구소로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기반 연구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승용∙상용 등 전 차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동화 트렌드에 발맞춰 전기차, 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남양연구소에서 전동화에 대한 치열한 연구를 거듭하며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고 있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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