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444회 댓글 0건

머니맨
2025-01-16 14: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11] '18시간의 정성과 토렴의 온기' 고바우 설렁탕
양평군 광탄면에 위치한 고바우설렁탕. 옛스런 모습에서 구수함이 묻어나는 시골 설렁탕집이다. (사진=양승덕)
[양승덕 국밥 기행]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희망과 새로운 기대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돌덩어리 하나가 명치 끝에 눌러앉은 기분이다. 그 밤에 벌어진 일들이 생경한 비현실 같은데 빠져나올 길이 아직 멀다. 마침 한파까지 겹쳐 두껍게 입은 옷을 여미는 새해이다. 겨울은 ‘국밥감각’을 깨우는 시간이다. 어수선한 정국을 뒤로하고 선선히 국밥 한 그릇 먹을 요량으로 길을 떠난다.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에 위치한 고바우설렁탕은 새해 국밥여행의 시작을 하기에 알맞다. 1991년도에 문을 열었으니 30년이 넘었다. 지역 주민에 의하면 고바우설렁탕은 이곳에 자리잡기 전에 양평군 지평면 지평시장에서 작게 시작했다고 하니 그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이곳은 용문산 관광지 인근에 위치해 있고 강원도를 오가는 6번 국도와 인접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으면서 입소문이 났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풍년을 기원했던 설렁탕
고바우설렁탕은 18시간 정성을 들여 고아내고 토렴으로 온기가 가득한 밥을 말아 나온다. (사진=양승덕)
설렁탕의 역사는 조선시대 혹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간다.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임금이 제사에 쓰였던 소를 잡아 맹물에 끓여서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고려를 침입한 몽골 군사들이 전쟁 중에 대량으로 끓여 먹던 탕이 고려 백성들에게 정착했다는 유래도 있다. 유래를 떠나 설렁탕은 식량이 부족했던 옛날 옛적부터 쉽게 떠올리고 시도했을 법한 음식이다.
짐승의 뼈와 다양한 부속 고기 부위를 넣고 푹 고아 국물을 내고 밥을 말아먹는 방식은 영양과 끼니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설렁탕과 곰탕을 잘못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설렁탕과 곰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설렁탕은 뼈와 부속 고기를 넣어 국물을 내는 것이고 곰탕은 고기로만 육수를 내는 음식이다.
설렁탕이 뽀얀 흰색 국물이라면 곰탕은 약간은 투명하고 맑은 국물을 지녔다. 말그대로 눈같이 하얗고 진한 국물이라는 설렁탕은 치킨 가게나 자장면 가게만큼 많다고 한다.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며 몸을 보양하는 일석이조의 음식으로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생국밥이라 할 수 있다.
18시간의 정성과 토렴으로 가득한 온기
창업주의 딸 2대째 주인장(이주희)은 설렁탕만을 고집한다. 고바우설렁탕은 분점이 없다. (사진=양승덕)
고바우설렁탕은 한옥 형태의 내부 시설을 갖춰 한국 전통 음식을 먹는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뚝배기에 담긴 뽀얀 국물은 보기에도 담백하다. 국물을 우려낸 뼈와 고기의 느끼함이 없고, 국물 표면의 기름기도 없다. 토렴을 해서 밥이 말아져 나오고 국수가 들어 있다. 그 위에 소의 머리고기와 양지고기가 섞여 있다.
함께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는 어느 정도 익은 상태인데 꼭 밥 위에 얹어 먹어봐야 한다. 얇게 썬 대파와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고 휘휘 저어 먹다 보면 뱃속에서부터 뿌듯함이 올라온다. 110년이 넘었다는 종로의 설렁탕 집보다 그 맛이 뒤지지 않는다. 종로의 설렁탕은 내용물이 조금 거칠다는 느낌이 있는데 고바우설렁탕은 쫄깃한 머리고기 조금과 부드러운 양지고기만 넣는다. 고기를 씹을 때의 거부감이 다른 식당보다 적다.
아침 7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근처에서 1박을 한 사람들이 해장으로 찾기도 한다. 국수와 밥은 추가로 먹을 수 있고 오후 서너 시면 문을 닫는다. 18시간의 정성으로 국물을 내고 주말에는 대기를 감수해야 먹을 수 있다. 고바우설렁탕은 설렁탕만 고집한다. 분점도 따로 없다. 포장을 해서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 수요일은 문을 닫는다.
서민의 애환을 보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국밥
고바우설렁탕은 양평군이 지정한 몇 안되는 장수음식점이다. (사진=양승덕)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도 설렁탕이 등장한다. 인력거를 끄는 주인공 김첨지는 평소보다 벌이가 좋았던 그날, 아픈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김첨지가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운수 좋던 날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김첨지와 아내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설렁탕이었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음식이면서도 가족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는 설렁탕은 소설에서는 일상 속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음식이다. 일이 잘 풀릴 때에도, 꼬인 일들이 풀리지 않을 때에도 옆 사람과 설렁탕 한 그릇 마주앉아 나눌 때 일상은 운수 좋은 날로 바뀔 것이다. 그래서 설렁탕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국밥이다.
양승덕 기고/[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르노코리아, 5월 판매 9,860대…전년 대비 47.6% 증가
[0] 2025-06-02 17:25 -
현대차, 5월 글로벌 판매 35만 1,174대…전년 대비 1.7% 감소
[0] 2025-06-02 17:25 -
KGM, 5월 9,100대 판매, 전년 동월 대비 11.9% 증가
[0] 2025-06-02 17:25 -
포르쉐코리아, 예술 스타트업 지원 확대…지속가능 창작 환경 조성
[0] 2025-06-02 14:25 -
현대차·기아, 'EV 트렌드 코리아 2025'서 전동화 미래 선도 의지 강조
[0] 2025-06-02 14:25 -
아우디 Q5 45 TFSI 콰트로 등 4차종 '실린더 헤드 볼트' 2371대 리콜
[0] 2025-06-02 14:25 -
[EV 트렌드] '모델 3 대안 아이오닉 6, 테슬라 대신 현대차 · 기아 주목할 때'
[0] 2025-06-02 14:25 -
[칼럼] 신차 증후군 유발하는 '플라스틱' 대체 소재로 부상하는 TPE
[0] 2025-06-02 14:25 -
[시승기] '버텨줘서 고맙다 8기통' 메르세데스-AMG GT 55 4MATIC+
[0] 2025-06-02 14:25 -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GMR-001 하이퍼카' 르망 24시서 실전 경험
[0] 2025-06-02 14:2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영상] 우리가 '볼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한국앤컴퍼니그룹 프리미엄 자동차 정비소 'SONIC', 모터컬쳐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
-
제이미 데이, 애스턴마틴 레이싱 드라이버 아카데미 최우수 졸업생 선정
-
CES 2025 -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 하만의 레디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
-
[스파이샷] 제네시스 GV60 마그마, 2025년 양산 확정
-
아우디 코리아, 2025년 전동화 모델 대거 출시 예고
-
[김흥식 칼럼] 日 수입차 27위, 현대차는 인스터로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
BMW, 키스와 협업 '2025 XM Kith 콘셉트'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 전시
-
현대차 기아, 지난해 친환경차 수출 역대 최고... 투싼 하이브리드 최다
-
폭스바겐, 전기 SUV 콤비 'ID.4ㆍID.5' 사전계약... 시작가 5299만원
-
포르쉐, 작년 총 31만 718대...中 제외 견고한 실적ㆍ전동화 비중 증가
-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2025 북미 올해의 차' 수상... 뛰어난 연료 효율성
-
역대급 신차 출시로 반전 꾀하는 아우디 'Q6 e-트론' 필두 16종 예고
-
한국의 클래식 카-2: 1970년대
-
MINI, 첫 순수 전기 콤팩트 SUV ‘뉴 에이스맨’ 샵 온라인 사전 예약 실시
-
현대차, 경차 천국 일본에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 BYD보다 더 저렴
-
[EV 트렌드]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더 빠르고 더 조용하게 늘어난 주행거리
-
BMW 코리아, ‘차징 넥스트’ 2024년 총 2125기 전기차 충전기 구축
-
우루스를 넘어선 레부엘토, 람보르기니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 기록
-
진짜못지않은 현실감 심 레이싱 '현대 N 버츄얼 컵' 결승전 개최
- [유머] 남자아이돌 전 여친 성관계 영상으로 군대 보내버리겠다 협박
- [유머] 용돈150만원 달라는 대학생딸 때문에 고민인 공무원
- [유머] 현재 백사태를 10년 전에 알아본 사람
- [유머] 왜곡 없는 실제 세계지도
- [유머] 은가누랑 30초 싸우고 살면 150억 지급
- [유머] 300만원 여행 갔다가 앓아 누운 여행 유튜버
- [유머] 사장 아들이 낙하산으로 들어왔다
- [뉴스] 도주하는 불법체류자 발견하고 '참교육'한 경찰의 남다른 이력
- [뉴스] '10일짜리 황금연휴... 10월 10일 임시공휴일 지정될까?'
- [뉴스] 야무지게 먹고 남은 돈가스에 '머리카락' 집어넣어 환불 요구한 여성
- [뉴스] 민주 박지원 '조국 사면?.... 정부·여당은 검토하지 않아'
- [뉴스] '친한계' 김종혁 '권성동, 尹에게 '쓴소리' 했다고?... 세상이 우습나, 꿈 깨길'
- [뉴스] '이건 왜 띠지가 반대로'...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한 편지지의 포장이 유독 서툴렀던 이유
- [뉴스] 김민석 '내 사건 담당했던 검사, 청문회 증인 불러도 좋아'... 자신감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