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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신화 이끈 한국 양궁 뒤에는 현대차그룹 혁신 기술 '슈팅로봇부터 복사냉각 모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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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4-08-05 11:25

금빛 신화 이끈 한국 양궁 뒤에는 현대차그룹 혁신 기술 '슈팅로봇부터 복사냉각 모자까지'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5개 전종목을 석권하는 역사를 새로 쓴 가운데 그 뒤에는 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R&D 역량을 활용한 다양한 첨단 기술 지원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양궁협회와 기술 지원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며 첨단 양궁이 자리잡도록 노력해 왔다. 선수의 심리를 파악하는 뇌파 측정 훈련부터 3D CT 장비로 활 내부의 보이지 않는 균열과 불량을 파악하는 비파괴 검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지원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가진 R&D 기술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검토하고 신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양궁 기술 지원 프로젝트는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한국 양궁에 현대차그룹의 R&D 역량을 접목하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기량을 유지하도록 돕고, 장비의 품질 및 성능을 더욱 완벽히 하여 실전에서의 외적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는 기업이 가진 자원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포츠 발전 등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CSR 활동으로 평가된다. 

이번 파리 대회를 대비해서도 현대차그룹은 도쿄 대회 종료 직후부터 선수들과 코치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기존 훈련 장비들을 보완하고 새로운 장비들도 제작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휴대용 활 검증 장비, 복사냉각 모자,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고정밀 슈팅머신 등이 새롭게 선보였다. 

이들 중 먼저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의 경우 1:1 경기에 대비한 훈련을 위해 상대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단이 진천선수촌에 입촌하고 나면 대표선수단(남 3명, 여 3명)을 상대할 훈련 파트너가 제한적인 부분에 착안해 개발됐다. 

슈팅로봇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풍향 및 온습도 센서를 이용해 바람 등 외부 환경 변수를 측정한 후 조준점을 정밀하게 보정하며 명중률을 향상시킨다. 이를 통해 평균 9.65점 이상의 명중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슈팅로봇의 조준점 보정 과정에서 측정된 데이터는 선수들이 바람의 세기를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참고 요소로 활용이 가능해, 외부 환경 변수로 인한 탄착군 변화량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제공한다. 

슈팅로봇의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세밀한 설계도 돋보인다. 15인치 터치 패널과 직관적인 UI(운영체제)를 탑재해 훈련 시 70m 밖 과녁의 탄착군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망원경 장비도 별도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바퀴 높이 조절이 가능한 가변형 오프로드 바퀴 이동장치를 장착해 선수촌 실내외 이동 시 손쉽게 운용이 가능하다. 

슈팅로봇은 7월 초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국가대표 2차 스페셜 매치에 투입돼 선수들과 대결을 진행하는 등 파리 대회 직전 선수단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이 밖에도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하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는 개인 슈팅 훈련 시 선수가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하고 자가 분석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필요성이 선수들 및 코치진으로부터 제기됨에 따라 도입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도쿄 대회를 위해 제작했던 기존 훈련용 카메라 장비에 탑 뷰(Top View) 카메라를 추가하고 야외에서 활용이 가능하게끔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는 머리 위와 정면의 두 개 각도에서 선수를 촬영한 피드백 영상을 모니터에 분할 출력해, 선수가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각도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탑 뷰 카메라의 경우, 장비를 사용하는 선수의 신장에 따라 최소 190cm부터 최대 290cm까지 카메라 높이를 조절해 맞춤형으로 사용 가능한 부분도 특징. 

실제 선수의 동작과 피드백 영상 간 시간차를 0초부터 9초 전까지 설정할 수 있는 것도 해당 장비의 장점으로 딜레이 시간을 5초 전으로 설정해 슈팅 훈련을 한다고 가정하면, 선수가 화살을 발사한 후 화면을 통해 5초 전 시점부터 화살을 발사한 후까지 자신의 자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해당 장비는 야외 훈련을 고려해 이동이 편리하도록 오프로드용 바퀴를 장착했으며, 강한 햇빛 아래 디스플레이 시인성을 확보하기 위해 1500니트(nit, 1nit는 1m2를 비추는 촛불 하나 밝기)의 최대 밝기를 지원하는 35인치 고휘도 산업용 모니터를 탑재했다. 

이번 파리 대회는 폭염이 예보되며 활의 성능 저하도 우려되어 왔다. 기온이 심하게 높아지거나 낮아질 시 활의 현은 미세하게 팽창하거나 수축하며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1mm 미만의 오차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양궁 경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활의 아주 작은 변형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날씨 외에도, 국내에서 해외로의 이동 중 활에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파손이 발생해 활 성능이 저하될 수 있고 선수들은 이를 걱정하며 심리적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활은 현을 당기는 거리에 비례해 화살을 발사하는 힘이 증가한다. 따라서 활을 특정 거리만큼 당겼을 때, 동일한 크기의 장력이 측정되는지 반복 확인하며 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장력 측정기는 크기와 무게가 휴대에는 적합하지 않고 소형 간이 장력 측정기도 대중적으로 이용되나 국제대회 등 프로 레벨에서 사용되기에는 정밀성이 떨어져 왔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접이식으로 부피를 줄이고, 3D 프린터로 주요 부품을 제작해 기존 장력 측정기 대비 무게가 가벼워진(약 8.7kg) 휴대용 활 검증 장비를 개발했다. 훈련장이나 경기장 등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간편히 접어 휴대할 수 있는 부분이 최대 장점이다. 

휴대용 활 검증 장비를 활용해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은 이번 파리 대회 현장으로 출발하기 전 활의 장력을 측정하고, 파리 현지 도착 후 장력을 재측정해 동일한 수치가 계측되는지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리 대회 실전 경기 진행 중에도 코치진이 경기장에 휴대용 활 검증장비를 상시 지참하며 혹시 모를 장비 이상에 대비했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 양궁 선수단의 복사냉각 모자도 냉각 소재로 제작되어 폭염과 직사광선 아래 선수 컨디션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이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양궁 경기의 특성상 선수는 더위와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되며, 이는 선수의 컨디션을 저하시킬 수 있다. 연중 가장 기온이 높은 7월과 8월에 걸쳐 대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복사냉각 기술을 적용한 원단을 개발하고 이후 스포츠 의류 제작 전문 업체와 협업으로 복사냉각 원단을 적용해 냉각 효과를 강화한 경기용 모자를 제작했다. 

동일 조건에서 적외선 표면 온도 측정 시, 복사냉각 모자 표면 온도는 일반 모자 및 주변 환경 대비 최대 약 5℃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무더운 날씨 속 진행된 국가대표 2차 스페셜 매치를 비롯해 이번 파리 대회 실전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복사냉각 모자를 착용한 채 경기에 임하며 더위를 덜어낼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향후 현대차그룹은 양산 차량의 썬루프 롤 블라인드(Roll Blind)에도 복사냉각 원단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무전원으로 차량 온도를 주변 환경 대비 낮게 유지하며 에너지 절약을 돕고 차량 실내 거주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도 이번 대회에서 관심을 받았다. 

심박수는 선수의 호흡이나 근력 집중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지표로 현대차그룹은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치를 지난 도쿄 대회 훈련을 위해 개발한 후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에 지속 지원했다.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심박수를 측정하는 장비는비접촉식으로도 심박수 측정이 가능한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을 활용했다. 

현대차그룹은 보다 정교한 심박수 측정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선수 얼굴 영역을 판별하고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하고 훈련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송용 원거리 고배율 카메라도 적용했다.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이 파리로 출국하기 전, 현대차그룹이 제작한 고정밀 슈팅머신을 이용해 선수들이 파리 대회에서 실전용으로 사용할 최상 품질의 화살들이 선별됐던 것으로 알려지며 이 역시 화제다. 

슈팅머신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를 위해 현대차그룹이 처음 제작한 것으로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운용 중인 고정밀 슈팅머신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도쿄 대회를 대비해 정밀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버전이 사용된다. 

고정밀 슈팅머신은 30m 거리에서 화살을 쏘아 신규 화살 중 불량 화살을 솎아내고, 선수들이 균일한 품질의 최상급 화살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선별하는 작업을 자동화한 장비로 국제경기 시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이 사용할 화살 선별작업에 지속 사용되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번 파리 대회 이후 앞으로의 양궁 훈련에도 새롭게 접목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한국 양궁의 지속 발전을 위해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연구 및 고도화 중인 AI 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이 도입된다. 해당 시스템은 슈팅 시 활을 비롯한 여러 장비의 움직임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후 AI를 이용해 미세한 떨림을 포착, 장비의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AI 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서는 향후 슈팅 시 활 상하단부에 각각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을 그래프로 시각화, 상단부와 하단부의 떨림 정도가 대칭적인지 비교해 활 상하 날개 간 밸런스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스테이빌라이저 등 활 부대장비에 대해서도 슈팅 시 떨림을 분석하는 동일한 방식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 장비 성능을 검증하고 장비 교체 시기를 판단하는 데 AI 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을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김훈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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