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654[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4] 지나갔으므로 들러야 했던 '함창 굴다리식당'
조회 3,466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3-26 11: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4] 지나갔으므로 들러야 했던 '함창 굴다리식당'
상주시에 속한 함창읍은 농업과 상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도시이다. 사진은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26호 전(傳) 고녕가야 왕릉(사진 출처 상주시 함창읍)
굴다리는 서민의 기억으로 가득한 장소다. 쿵쿵하며 기차가 지나고, 쾌한 연탄에 올려진 돼지갈비가 타는 냄새, 붕어빵을 기다리는 아이들, 고단한 하루를 마친 가장의 어깨가 빼꼼히 보이는 포장마차가 거기 있었다. 안도현은 시 ‘이리역 굴다리’에서 “징징거리며 앞지르는 오토바이, 막노동꾼과 공무원도 단발머리 여학생 몇몇과 노인도 모두 섞이어 간다. 이렇게 지나 갔으므로 역사는 기록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굴다리는 또 흔했다. 팍팍한 세월을 힘써 이겨내던 아저씨, 아주머니의 얼굴이 흘러가던 길. 뿌연 불빛 아래서 거나하게 마신 얼굴로 하늘 높이 내뿜던 운동권 대학생도, 어깨 처진 퇴근길 부장님도 모두 그 길 위에 있었다. 가난했지만, 그 무거운 철로와 기차를 이고 살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희망을 피웠던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함창역에서 함창 중앙초등학교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굴다리식당'이 나온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상주시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소내장국 전문 식당이다.
굴다리를 떠올리면 아프기도 하고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 옆에 오래도록 함께 한 불멸의 장소가 굴다리다. 또한 굴다리는 전국적이다. 포장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아니 광화문 한가운데로 전철이 먼저 다녔고, 백두대간 굽이굽이 철길이 나면서 굴다리라는 지명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런 역사의 한복판에 국밥집이 없을 리 없다. 굴다리 근처 국밥집만 다녀도 평생이 벅차겠지만 ‘함창굴다리식당’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국밥집이 아니다. 함창은 상주와 문경이 품고 있는 작은 도시다. 상주에 속해 있지만 문경에 가깝다. 1924년에 개통된 경북선이 김천의 경부선과 영주의 중앙선을 이어주고 그 중간에 함창이 있다.
소 내장은 작은 불순물이 하나라도 섞이면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다듬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재료다.
대략 경북 산간 지역의 기차가 다니던 곳으로 짐작이 간다. 거기 굴다리식당은 30년 넘게 소내장국만 취급한다. 굴다리 옆 소내장국은 고급 음식이다. 소를 많이 키웠고,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속 고기를 활용할 수 있었던 지역 특색으로 느끼게 해준다. 소고기를 쉽게 먹지 못한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가끔 다니는 기차를 보면서 가마솥이 걸려 있는 마당을 지나 식당에 들어서면 읍내 식당치고는 깔끔하다. 늦은 오후에 들어선 식당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주방에서는 젊은 여자와 어머니 같은 아주머니가 소 내장을 손질한다. 홍창과 양에 작은 불순물 하나 남기지 않는, 웬만한 정성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소내장국에 주로 쓰이는 재료다. 홍창은 붉은색을 띠는 소의 마지막 위, 막창이고 양은 첫 번째 위다. 양평해장국은 양을 표면의 털 같은 모양을 그대로 쓰는 반면 소내장국은 그 표면을 긁어내고 가죽 고기만을 사용한다. 아산 외암마을에 가면 맛볼 수 있는 수구레국밥의 고기와 비슷하게 재료를 준비한다.
두 여자의 야무진 손길을 보며 소내장국을 맞는다. '오길 잘했구나'. 소내장 재료들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기 맛을 내고, 토란과 대파가 채소의 대표 격으로 가득 들어있다. 다진 마늘과 고추를 별도로 내주는데 꼭 국물에 넣어 맛을 돋우는 것이 좋고, 모든 국밥이 그렇지만 소내장국은 처음부터 밥을 말아야 제격이다.
국밥을 먹을 때, 소주 한 병이 버릇처럼 따라온다. 소주의 양은 국밥의 맛에 따라 달라진다. 함창소머리국밥은 소주 반병을 금세 치우게 만든다. 국밥이 맛있으면 소주도 맛있다. 소주를 같이 먹을 때 맛있는 국밥이야말로 국밥 기행에서 터득한 맛있는 국밥의 기준이다.
굴다리식당 소내장국은 소내장 재료들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기 맛을 내고, 토란과 대파가 채소의 대표 격으로 가득 들어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운 좋게 만나는 맛있는 식당이 있다. 그것도 움직여야 하는 시간에 맞게 헛걸음 없이 밥을 먹을 때 기분이 더 좋다. 함창굴다리식당도 그렇게 우연히 만났지만 혹 기차가 지나가지는 않을까? 라는 기대감까지 곁들인 맛이 삼삼했다. 촉촉한 봄비도 오신 날이었다.
*경북선(慶北線)은 경부선 김천역과 중앙선 영주역을 잇는 한국철도공사의 단선 철도 노선으로 상주시, 문경시, 예천군을 지난다. 여객 수요가 적어 문을 닫은 폐역이 많지만 지금도 매일 5편의 무궁화호가 함창역에 닿는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중국 BYD, 캄보디아 토요타 공장 옆에 전기차 공장 건설 추진
[0] 2024-11-25 10:45 -
지프 ‘랭글러 스노우 에디션’ 국내 18대 한정 출시
[0] 2024-11-25 10:45 -
제네시스, 실시간 원격 진단 기술 고장 및 이상 현상 안내 '선제 케어 서비스’ 출시
[0] 2024-11-25 10:45 -
한성자동차, ‘AMG SL 63 4MATIC+ 마누팍투어 서울 에디션’ 20대 한정 프로모션
[0] 2024-11-25 10:45 -
BYD, 내년 1월 전기 세단 '씰' 필두로 韓시장 공략 '적정 판매가 최대 변수'
[0] 2024-11-25 10:45 -
정의선 회장 '모터스포츠, 자동차를 열심히 연구하고 잘 만들어내는데 큰 힘'
[0] 2024-11-25 10:45 -
'아! 타낙' 현대차 WRC 사상 첫 통합 우승 무산...도요타 막판 대 역전
[0] 2024-11-25 10:45 -
현대차 박준우 상무 '도요타에서 기술적 문의, N 브랜드 달라진 위상 실감'
[0] 2024-11-25 10:45 -
'놀라운 회복력' WRC 일본 랠리 티에리 누빌 드라이버 챔피언에 단 2점
[0] 2024-11-25 10:45 -
현대차, 티에리 누빌 악몽 '타낙'에 7점차로 쫒겨...드라이버 부문 우승은 견고
[0] 2024-11-25 10:4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현대차 제페토, 브랜드 헤리티지 담은 신규 콘텐츠 '타임리스 서울' 공개
-
'분리형 투톤 외장 색상 적용' 미니 컨트리맨 언차티드 에디션 한정 판매
-
폴스타, 2026년까지 5개의 고성능 모델 라인업 계획
-
볼보, 2월 배터리 전기차 판매 14% 증가
-
고성능 디지털. BMW 3세대 X1 M35i xDrive 시승기
-
中 BYD '아토 3' 신형 가격 2216만 원으로 인하...국내 출시하면 얼마?
-
[EV 트렌드] 테슬라, 2월 중국 내 판매량 1년여 만에 최저 '주가는 장중 7% 하락'
-
중국 하이난섬, 전기차 점유율 50%
-
중국, 전동화차 점유율 2024년 40%/2050년 50% 전망
-
2월 국내 5사 판매실적, 짧은 조업일수와 소비심리 위축 속 감소
-
한국타이어, 국내 최초 화학적 재활용 페트 섬유 적용 타이어 '아이온' 상업화
-
해마다 겪는 '전기차 춘궁기' 들쑥날쑥 가격에 '아사직전'...누적 판매 81% 급감
-
'EV 모드 62% 증가한 73km' BMW PHEV 세단 뉴 530e 공식 출시
-
르노코리아, 납세자의 날 기념식 세정협조 공로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
-
'랠리카 변신도 어색하지 않아' 2024 디펜더 랠리 시리즈 영국서 개막
-
실체를 드러낸 기아의 첫 픽업트럭 '태즈먼' 호주에서 티저 공개
-
중국 2월 신에너지차 도매 판매 9% 감소
-
폭스바겐그룹 4분기 사업 호조, 지난 해 전년 대비 15% 증가한 3223억 유로
-
'논란의 고무줄 가격' 테슬라, 美 판매 모델 Y 판매가 다시 1000달러 인상
-
299. SDV의 세계 3. 양산차 4사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개발 방향
- [유머] 친누나의 급발진
- [유머] 10억보다 가치 있는 것?
- [유머] 핫도그
- [유머] 대학교 자취생활 로망과 현실
- [유머] 왜자꾸 엉덩이를만지세요
- [유머] 무술 배운 냥이들
- [유머] 국내 유일 승강장에 공원 깔아놓은 전철역
- [뉴스] 축구협회장 출마 공식 선언한 허정무... '한국 축구 흔들리고 있어, 방관자 되지 않겠다'
- [뉴스] 새벽 출근하는 근로자들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자율주행버스'... 내일부터 운행 시작
- [뉴스] '소비자 기만 아니냐'... 1만 6천원짜리 '두바이 요거트 아이스크림' 수준 (사진)
- [뉴스] 문가비가 낳은 아들 아빠로 확인된 정우성... 다른 여성과 찍은 '스킨십 사진' 유출됐다
- [뉴스] '840억 이상 가능'... LA다저스 우승 주역된 한국 야구 국가대표, 초대박 소식 전해졌다
- [뉴스] '330억 건물주·억대 출연료' 정우성, 문가비에게 양육비 얼마 줘야 하나... 기준표 보니
- [뉴스] 12월부터 5인승 차에 '차량용 소화기'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