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691[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4] 지나갔으므로 들러야 했던 '함창 굴다리식당'
조회 3,581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3-26 11: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4] 지나갔으므로 들러야 했던 '함창 굴다리식당'
상주시에 속한 함창읍은 농업과 상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도시이다. 사진은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26호 전(傳) 고녕가야 왕릉(사진 출처 상주시 함창읍)
굴다리는 서민의 기억으로 가득한 장소다. 쿵쿵하며 기차가 지나고, 쾌한 연탄에 올려진 돼지갈비가 타는 냄새, 붕어빵을 기다리는 아이들, 고단한 하루를 마친 가장의 어깨가 빼꼼히 보이는 포장마차가 거기 있었다. 안도현은 시 ‘이리역 굴다리’에서 “징징거리며 앞지르는 오토바이, 막노동꾼과 공무원도 단발머리 여학생 몇몇과 노인도 모두 섞이어 간다. 이렇게 지나 갔으므로 역사는 기록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굴다리는 또 흔했다. 팍팍한 세월을 힘써 이겨내던 아저씨, 아주머니의 얼굴이 흘러가던 길. 뿌연 불빛 아래서 거나하게 마신 얼굴로 하늘 높이 내뿜던 운동권 대학생도, 어깨 처진 퇴근길 부장님도 모두 그 길 위에 있었다. 가난했지만, 그 무거운 철로와 기차를 이고 살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희망을 피웠던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함창역에서 함창 중앙초등학교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굴다리식당'이 나온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상주시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소내장국 전문 식당이다.
굴다리를 떠올리면 아프기도 하고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 옆에 오래도록 함께 한 불멸의 장소가 굴다리다. 또한 굴다리는 전국적이다. 포장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아니 광화문 한가운데로 전철이 먼저 다녔고, 백두대간 굽이굽이 철길이 나면서 굴다리라는 지명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런 역사의 한복판에 국밥집이 없을 리 없다. 굴다리 근처 국밥집만 다녀도 평생이 벅차겠지만 ‘함창굴다리식당’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국밥집이 아니다. 함창은 상주와 문경이 품고 있는 작은 도시다. 상주에 속해 있지만 문경에 가깝다. 1924년에 개통된 경북선이 김천의 경부선과 영주의 중앙선을 이어주고 그 중간에 함창이 있다.
소 내장은 작은 불순물이 하나라도 섞이면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다듬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재료다.
대략 경북 산간 지역의 기차가 다니던 곳으로 짐작이 간다. 거기 굴다리식당은 30년 넘게 소내장국만 취급한다. 굴다리 옆 소내장국은 고급 음식이다. 소를 많이 키웠고,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속 고기를 활용할 수 있었던 지역 특색으로 느끼게 해준다. 소고기를 쉽게 먹지 못한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가끔 다니는 기차를 보면서 가마솥이 걸려 있는 마당을 지나 식당에 들어서면 읍내 식당치고는 깔끔하다. 늦은 오후에 들어선 식당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주방에서는 젊은 여자와 어머니 같은 아주머니가 소 내장을 손질한다. 홍창과 양에 작은 불순물 하나 남기지 않는, 웬만한 정성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소내장국에 주로 쓰이는 재료다. 홍창은 붉은색을 띠는 소의 마지막 위, 막창이고 양은 첫 번째 위다. 양평해장국은 양을 표면의 털 같은 모양을 그대로 쓰는 반면 소내장국은 그 표면을 긁어내고 가죽 고기만을 사용한다. 아산 외암마을에 가면 맛볼 수 있는 수구레국밥의 고기와 비슷하게 재료를 준비한다.
두 여자의 야무진 손길을 보며 소내장국을 맞는다. '오길 잘했구나'. 소내장 재료들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기 맛을 내고, 토란과 대파가 채소의 대표 격으로 가득 들어있다. 다진 마늘과 고추를 별도로 내주는데 꼭 국물에 넣어 맛을 돋우는 것이 좋고, 모든 국밥이 그렇지만 소내장국은 처음부터 밥을 말아야 제격이다.
국밥을 먹을 때, 소주 한 병이 버릇처럼 따라온다. 소주의 양은 국밥의 맛에 따라 달라진다. 함창소머리국밥은 소주 반병을 금세 치우게 만든다. 국밥이 맛있으면 소주도 맛있다. 소주를 같이 먹을 때 맛있는 국밥이야말로 국밥 기행에서 터득한 맛있는 국밥의 기준이다.
굴다리식당 소내장국은 소내장 재료들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기 맛을 내고, 토란과 대파가 채소의 대표 격으로 가득 들어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운 좋게 만나는 맛있는 식당이 있다. 그것도 움직여야 하는 시간에 맞게 헛걸음 없이 밥을 먹을 때 기분이 더 좋다. 함창굴다리식당도 그렇게 우연히 만났지만 혹 기차가 지나가지는 않을까? 라는 기대감까지 곁들인 맛이 삼삼했다. 촉촉한 봄비도 오신 날이었다.
*경북선(慶北線)은 경부선 김천역과 중앙선 영주역을 잇는 한국철도공사의 단선 철도 노선으로 상주시, 문경시, 예천군을 지난다. 여객 수요가 적어 문을 닫은 폐역이 많지만 지금도 매일 5편의 무궁화호가 함창역에 닿는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시승기] 새로운 디자인·세단 같은 승차감 앞세운 ‘BMW 뉴 X3’
[0] 2024-11-29 11:00 -
[영상] BYD의 성공 공식: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비결
[0] 2024-11-29 08:00 -
아시아 타이어 생산의 중심지, 미쉐린 람차방 공장 탐방
[0] 2024-11-29 08:00 -
전기차와 기후 변화 시대, 미쉐린의 지속가능한 타이어 전략
[0] 2024-11-29 08:00 -
2024 미쉐린 아태지역 미디어 데이: 지속 가능성과 혁신의 여정
[0] 2024-11-29 08:00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주한 프랑스 대사의 새로운 공식차량으로 선정
[0] 2024-11-29 08:00 -
아우디 코리아, 고객 초청 ‘2024 아우디 서비스 익스피리언스’ 개최
[0] 2024-11-29 08:00 -
로터스자동차코리아, 가격 경쟁력 높인 하이퍼 SUV 엘레트라 신규 모델 출시
[0] 2024-11-29 08:00 -
이네오스 오토모티브, 텍사스 트럭 로데오에서 오프로드 부문 2개 수상
[0] 2024-11-29 08:00 -
현대차, 인도네시아 EV 충전 구독 서비스 개시
[0] 2024-11-29 08:00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영업의 달인 모십니다. 르노코리아, 신차 출시 맞춰 세일즈어드바이저 공개 모집
-
60년 역사 '쉐보레 말리부' 11월 생산 중단...패어팩스, 전기차 라인으로 교체
-
BMW 그룹 코리아, BMW·MINI 고객 대상 ‘안심 케어 프로그램’ 실시
-
롤스로이스모터카, ‘컬리넌 시리즈 II’ 및 ‘블랙 배지 컬리넌 시리즈 II’ 세계 최초 공개
-
테슬라의 중국생산 EV 판매, 4월 전년 대비 18% 감소
-
테슬라, 기가캐스트 도입 연기
-
[공수전환] 전기차 '케즘' 돌파할 가성비 대결, 테슬라 모델 3 Vs 기아 EV3
-
롤스로이스, 비스포크를 통한 럭셔리 코드로 개성 표현 ‘컬리넌 시리즈 II’ 최초 공개
-
[칼럼] 급발진 의심사고 잘잘못 가릴 '페달 블랙박스' 제조사가 장착해야
-
한국타이어, 가정의 달 맞이 타이어 무료 교체 및 경품 이벤트 진행
-
KG 모빌리티, ‘더 뉴 토레스’ 출시
-
정숙성과 승차감의 발전, 2024 테슬라 업그레이드 모델3 RWD 시승기
-
[EV 트렌드] 중국 내 전기차 판매 전년비 33% 증가로 반등 '테슬라는 역주행 중'
-
'가성비, 끝까지 간다' KG 모빌리티 더 뉴 토레스 출시…판매가 2838~3550만 원
-
기아, 1991년 프라이드로 시작해 33년 만에 EV6 GT 라인으로 150만대 달성
-
현대차ㆍ기아ㆍ랜드로버ㆍ폭스바겐 11개 차종 7738대 제작결함으로 리콜
-
제네시스 GV70 부분변경 출시 '27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시작가 340만원↑
-
'2열 안전까지 완벽' 제네시스 G90ㆍG80 美 TSP+ 획득...쏘나타ㆍ싼타페 실패
-
오토플러스, 세계 최초 ‘EVPHEV 정비 부문’ 2년 연속 글로벌 기관 인증
-
중국 자본 자동차업체 1분기 해외 판매 40% 증가
- [유머] 미국초딩들의 시위
- [유머] 태국서 흔한 팟타이 사장님 미모
- [유머]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토끼
- [유머] 2024년 멕시코 카르텔 지도
- [유머] 우리들의 현실
- [유머] 예의 바른 걸그룹
- [유머] 무한도전이 예언한 정우성
- [뉴스] '트와이스' 멤버들이 공항서 부모님 잃어버린 어린 소녀 만나자 한 뭉클한 행동
- [뉴스] '수준 낮고 저급하다'... 동덕여대 졸업한 '미달이' 김성은, 래커 시위 비판
- [뉴스] '아들만 다섯' 정주리에 아랫집 이웃이 보내준 선물... '아까워서 못 쓰겠다'
- [뉴스] 경찰 '최민환, 성매매·강제추행 증거 불충분'... 불송치 결정
- [뉴스] '폭설 때문에 도로에 갇혔는데 초딩 4명이 손으로 눈 파서 구해줬습니다'
- [뉴스] 이제 공항 더 빨리 가야... 현장서 바로 '택스 리펀' 하던 일본, 이제 출국할 때 환급해 준다
- [뉴스] 공들여 만든 눈사람 행인이 발로 차버렸는데 다음날 제자리로 돌아와... CCTV 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