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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0거대한, 그리고 쉽지 않은 담론 - 수소 생태계의 완성을 선언한 현대차 CE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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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4-01-12 10:45
거대한, 그리고 쉽지 않은 담론 - 수소 생태계의 완성을 선언한 현대차 CES 2024
‘수소, 그리고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이것이 현대차가 CES 2024에서 선언한 대전환의 핵심이다.
분명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오늘은 전반적인 이 대전환 메시지가 갖는 의미, 그리고 이것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넘어야 할 고비들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즉, 전체적 그림을 그려보자는 뜻이다. 그만큼 거대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첫번째인 수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보자. 이번 현대차가 발표한 수소 관련 전략은 ‘수소 생태계의 완성’이다. 즉, 첫번째 수소의 생산, 두번째 운송과 유통, 그리고 세번째 사용까지를 모두 망라하는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현대차 수소차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그림이다. 그래서 정의선 회장이 ‘후대를 위한 준비’라고 말한 데에는 지구 온난화 및 환경 뿐만 아니라 이런 사업상의 스케일도 이유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수소는 기본적으로 연료 혹은 에너지 상품이기 때문이다. 원래 자동차, 아니 모빌리티 전문 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앞서 말한 수소 생태계의 마지막 세번째인 사용 단계를 위한 단말기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을 계열사인 현대 모비스에서 제작하고 있다. 즉, 핵심 부품을 사내에서 공급하는 수직 계열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이미 상당한 수소 단말기 관련 기술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번 현대차가 CES 2024에서 수소 생태계 구축 전략과 관련하여 반복하여 언급한 ‘밸류 체인’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이야기다. 부품의 수직 계열화는 서플라이 체인의 장악력을 통한 수익성 및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반적 수소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여 부가가치의 창출을 극대화하고 산업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미의 밸류 체인보다는 한참 낮은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하여 현대차는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 첫째 수소 생산에서도 이미 현대차는 국내 수소 생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11월 경의 수소 대란이 현대제철소 당진공장의 부생수소 생산 설비의 고장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P2H(Plastic to Hydrigen), W2H(Waste to Hydrigen)의 자원 순환형 수소 생산에는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들이 참여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 수소 생산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담당한다.
잠시 다른 관점에서 ‘왜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태계의 구축을 스스로 추진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의외로 방위산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몇 해에 걸쳐 수소 연료전지 방식의 군용 차량 컨셉트 모델을 전시한 바 있다. 모하비를 기반으로 하는 소형 전술차, 그리고 엑시언트 트럭을 기반으로 하는 중형 FCEV 컨셉트 카가 그것들이다. 게다가 차세대 주력전차인 K3도 파워팩으로 수소 기반 전동화 파워팩, 즉 FCEV를 유력한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K2 흑표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이 차세대 K3 전차도 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수소 기반 군 동력 시스템의 구축에는 미군이 매우 적극적이다. 물론 FCEV 등 전동화 플랫폼의 은밀성이 작전에 효과적인 것도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현재 추진중인 디지털 군에는 풍부한 전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선택하면 디지털 군대가 필요로 하는 전력원과 기계화 부대로 진화중인 부대의 이동용 동력을 이원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중대 규모 이하에서는 이동 및 전투 차량이 야전 기지 및 숙영지에서는 동력용 발전차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그 이상의 대규모 부대 편재에서는 FCEV 방식의 발전차를 추가 편성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수소만으로 전력과 동력 수요에 대응한다는 점에는 동일하다.
그런데 미군이 추구하는 수소 생태계가 현대차가 이야기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그것은 ‘수소의 야전 생산’이다. 현대차가 이번에 말한 P2H와 W2H는 적절한 수소 생산 설비만 있다면 폐 플라스틱이나 유기성 쓰레기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탄화수소를 수소 생산의 원료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군도 예를 들어 20피트 컨테이너 형태의 야전 수소 생산차를 이용하여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탄화수소를 그 자리에서 수소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것이 주유소의 연료일 수도, 식당의 튀김 기름일 수도, 어쩌면 현대차가 말하는 폐 플라스틱이나 탄화수소 쓰레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수소의 야전 생산은 수소가 갖는 독립형 에너지 그리드라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즉, 재생에너지로부터 만들어진 전기를 수소로, 그리고 현장에서 버려진 폐기물을 수소로 만든다면 이것은 매우 안정적인 화학적 에너지 저장 장치(ESS)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의 거대 발전소에 의존하는 현재의 전기 그리드에 비하여, 그리고 중앙의 거대 폐기물 처리 시설에 의존하는 현재의 자원 재생 시스템에 비하여 이동 및 운송 경로를 최소화하고 블록별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연한 에너지 그리드를 구축하는 효과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현대로템은 우리 나라 최대의 전동차 생산 기지이기도 하다. 2022년 현재 약 17%의 철로가 아직 미전철화 상태로 디젤 기관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구간을 전철화하는 대신 FCEV 수소 기관차를 투입하는 방법이 고려되고 있는 것도 현대차그룹의 수소 단말기 전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 단계인 저장 및 운송 단계 역시 현대차그룹의 운송 특화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담당한다. 튜브 트레일러에 고압 수소를 저장하여 운반하는 현재의 육상 운송 시스템에 더하여 현대글로비스는 암모니아 형태의 해상 운송까지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 즉, 이것은 호주 등 유력한 해외 수소 생산 기지로부터 수소를 공급받는 밸류체인도 현대차그룹이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밸류 체인’이라는 말로 돌아와 보자. 현대차는 지금까지의 단말기 제작-유통사의 지위에서 수소 생태계를 주도하는 종합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는 물론 철도 및 방위산업과 같은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의 확장까지 고려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 산업으로의 진출이다. 나는 자동차 제작사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직접 진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물론 초기에는 전기차의 원활한 보급을 위한 프로모션의 형태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에너지 네트워크 전문 기업들, 즉 현재의 정유사와 주유 네트워크, 그리고 발전 및 전력 공급회사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현대차가 수소 생태계를 스스로 완성하여 전체 밸류 체인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앞서 말한 정유사 및 주유 네트워크, 그리고 전력 회사와 직접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원래는 앞서 전기차와 충전 네트워크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다. 그러나 현재 연료전지 기반의 자동차라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수소 단말기를 판매하는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지지부진한 수소 생태계의 구축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결코 녹록치 않은 경쟁이 될 것이다. 에너지는 국가 기간 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석유화학산업은 세계적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전력은 독점적 전력 공급자이기도 하다. 즉, 거대 에너지 마피아들과의 싸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에게는 기회가 있다. 협력의 외연을 현대차그룹의 범주를 너머 범 현대가로 넓히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현대오일뱅크가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 게열사다. 이번 CES 2024에 HD현대는 건설 현장의 인공지능화 및 원격화 등을 테마로 전시관을 차렸다. 즉, 건설 현장에 알맞는 미래형 단말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1월 9일, CES 2024 현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함께 관람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이것이 단순한 사촌 간의 만남에서 그치지 않는다면? 현대차 주도의 수소 생태계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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