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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11-30 17:25
디자인 실험은 끝났다 현대 더 뉴 투싼의 디자인 업데이트의 의미
지난 십여 년 동안 현대차만큼 새로운 디자인 시도를 많이 했던 브랜드는 없었다. 더군다나 현대차는 특별한 시장을 겨냥하는 럭셔리 또는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주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메인스트림 브랜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일이다. 무던한 패밀리 세단 시장이었던 북미 중형 세단 시장에 감성을 불어넣었던 YF 쏘나타는 시작이었을 뿐이다.
그 이후에 컴포지트 라이트로 독특한 앞 얼굴 배치를 제시한 코나, 패밀리 세단에서 퍼스널 세단으로의 방향 전환을 선언하며 센슈어스 스포트니스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였던 쏘나타 DN8, 삼각형의 파격을 디자인 아이콘으로 선택한 아반떼 CN7, 최초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제시하였고 동시에 상용 기반의 미니밴으로서는 파격적으로 넓은 유리창 면적으로 개방감을 혁신한 스타리아 등등 그 시도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공간에 모든 것을 집중시킨 싼타페 MX5 역시 기존의 디자인 방향성과는 다른 접근으로 이목을 끌었었다. 그리고 투싼 NX4의 경우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주간조명등으로 사용하는 도전적인 디자인과 개방감이 강조된 실내 디자인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던 대표적인 차량 가운데 하나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그러나 도전을 통하여 얻은 시장의 피드백은 고스란히 자산이 된다. 내가 잘 하는 표현 가운데 ‘야구 선수가 안타를 많이 치려면 일단 타석에 많이 들어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미래차, 전기차의 시대로 넘어가는 자동차의 전환기인 지금은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을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의 제시가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된 개인 공간에 대한 니즈와 커넥티드 카의 핵심인 HMI,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개선 요구도 많아졌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투싼 NX4는 매우 도전적이었다. 특히 투싼은 전 세계를 공략하는 진정한 글로벌 전략 모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런 도전적인 디자인 시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디자인 측면에서 본다면 컴포지트 램프의 디자인 구성은 계승하고 아반떼 CN7이 제시한 예각과 삼각형이라는 디자인 요소의 태생적 불안정성을 역동성의 원천으로 사용하였다. 그래서 차량의 앞뒷면에 반복 적용된 역삼각형과 차체 측면의 경사면으로 이루어진 캐릭터 라인이 주는 역동성이 외관 디자인의 메인 테마가 되었던 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좌우 부분의 면 발광식 주간 주행등은 새로운 기술의 활용법을 제시한 것이기도 했다. 광원 윗면을 미세 금속 코팅으로 처리하여 평소에는 금속성의 표면으로 보이지만 광원이 점등되면 미세 금속 입자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는 득특한 조명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술이 쏘나타 DN8의 주간 주행등에 사용되었었고 현재는 제네시스가 사용하는 MLA 헤드라이트 모듈이 측면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온 빛으로 헤드라이트 유닛 전체가 빛의 띠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투싼 NX4의 가장 대담한 시도는 실내 레이아웃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로서는 우수했던 10.25인치 클러스터 + 10.25인치 AVN 모니터의 조합을 과시하는 형태를 과감하게 탈피하고 오히려 운전자와 동반석 승객에게 확 트인 개방감을 선사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의 방향을 선회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크래시 패드가 앞, 그리고 아래로 이동한 3세대 플랫폼의 기술적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현대차의 어느 모델들보다도 투싼 NX4는 플랫폼의 이런 설계상의 특징을 고객의 개방감으로 직결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모델이다.
낮게 자리잡은 크래시 패드의 좌우 승객 앞 부분을 둥글게 파서 시선에 걸리는 이물감을 최소화하고 개방감을 극대화하였으며 클러스터는 크래시패드와 같은 평면에 낮은 위치에 매립하였다. 또한 기울어진 평면 형상의 센터 페시아는 AVN 모니터와 터치 방식의 스위치 패널을 동일 평면으로 수용하였다. 이로써 투싼 NX4의 인테리어는 두드러지는 돌출부나 스타일링 요소가 최대한 배제된 개방감의 극한일 수 있었다.
다만 이처럼 참신한 실내 레이아웃에는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특히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의 부재가 아쉬웠다. 미래차의 경우는 클러스터를 통한 정보 전달보다는 시선의 이동이 필요하지 않은 HUD를 통한 정보 전달이 주 경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다소 시선에서 멀다는 AVN 모니터의 위치, 그리고 전반적인 소재의 질감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새로운 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완성도의 부족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투싼이 더 뉴 투싼으로 업데이트되었다. 이번 업데이트의 축은 두 가지이다. 그 첫번째는 대중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 안정감의 보강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상품성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기능의 업그레이드다.
기존 투싼에서 앞 얼굴을 차지했던 역삼각형들이 살짝 모서리가 따진 직사각형의 형태로 변하였다. 우선 주간 주행등의 조명이 그렇게 변했고 역삼각형의 집합이었던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턴이 수평선이 강조된 슬림한 직사각형들의 모임으로 변신하였다. 그리고 범퍼 하단 중앙 2/3에만 적용되었던 얇은 스키드패드가 이제는 차체 폭 전체를 커버하는 형태로 앞범퍼 하단 전체를 두툼하게 가로지른다. 이로써 시각적 무게 중심은 안정감을 갖고 차폭도 더 넓게 보이는, 그래서 더 안정감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앞 얼굴의 디자인 터치가 있었다. 이것이 가장 큰 외관 디자인 업데이트의 방향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관 디자인은 현대차의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인 패밀리 룩을 배제하고 ‘체스의 말’처럼 근간에 깔리는 디자인 방향성은 공유하되 각각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방향처럼 투싼만의 개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실내 디자인은 이보다 더 최근 현대차 브랜드의 공통적인 요소로 업데이트 되었다. 핵심적 요소는 12.3+12.3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형상화된 ccNc(커넥티드 카 내비게이션 콕핏)와 핸들 컬럼에 위치한 SBW(쉬프트 바이 와이어). 이제는 코나부터 그랜저까지 거의 모든 현대차 모델들이 공유하는 디자인 요소이자 기술적 요소,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다. 좋게 말하면 현대차 사이에서는 전혀 적응 기간이 필요 없이 옮겨타거나 차량을 추가할 수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는 모델간의 차별성을 실내에서는 느끼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 이외 스티어링 휠이나 공조 제어 패널 등은 코나나 싼타페 등 아래 위의 현대차 모델에서 가져온 것들. 이제 투싼은 모든 현대차의 총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전 투싼의 대담한 디자인 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더 뉴 투싼의 업데이트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디자인 실험의 일단락’이다. 십여 년에 걸친 현대차의 디자인 혁신은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현대차 브랜드, 그리고 시장의 새로운 요구를 담기 위한 광범위한 시도였다. 어떨 때는 메인스트림 브랜드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과감한 시도도 많았다. 새로운 시도가 가득한 신모델은 물론, 풀 체인지 급의 페이스리프트도 마다하지 않던, 즉 커다란 비용의 지출을 겁내지 않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결론을 요약할 단계가 된 것이다. 전기차와 엔진차 사이의 디자인 차별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최소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한 한 통일된 방향성을 현대차는 갖게 되었다. 외관 디자인에서도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차스러운’ 디자인 DNA를 담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사점은 ‘안정감’이다. 메인스트림 브랜드는 글자 그대로 주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넓은 고객층이 공통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안정적인 이미지와 제품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가장 독특한 현대차 모델 가운데 하나였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글로벌 모델인 투싼의 디자인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현대차가 지난 십여 년의 디자인 실험을 통하여 어느 정도 정리된 답을 얻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현대차가 새로운 모델을 내 놓을 때마다 느꼈던 긴장감과 흥분이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격동의 실험실을 직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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