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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11-17 12:45
[자동차 디자人] 슈퍼카 대명사 ‘람보르기니’ 디자인 책임자 ‘밋챠 보커트’
자동차 품질의 상향 평준화로 디자인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내·외관 디자인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품 성능이 좋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각 제조사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양한 라인업에 일관적이고 창의적으로 전달할 디자이너 영입에 필사적이다.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은 이같은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월간 연재 코너인 [자동차 디자人]을 통해 살펴본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이탈리아 스포츠카 제조사 ‘람보르기니’는 기업가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 Lamborghini)’가 1963년에 설립한 회사로, 슈퍼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쿤타치와 디아블로 SV, 무르시엘라고, 아벤타도르, 우라칸, 시안, 슈퍼SUV 우루스와 브랜드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레부엘토까지. 그간 괴물 같은 성능뿐만 아니라 직선 위주의 날카로운 디자인과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케 하는 미래지향적인 실내 배치로 명성을 쌓았다. 인상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 슈퍼카 디자인은 람보르기니 센트로 스틸레(Lamborghini Centro Stile, 디자인센터)에서 탄생한다. 이곳을 이끄는 수장(Design Director, Automobili Lamborghini), 밋챠 보커트(Mitja Borkert)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퀴 달린 대상은 모두 그렸던 유년시절…운송디자인 전공 후 포르쉐 디자이너로 첫발
1974년 3월 17일생인 밋챠 보커트는 독일 통일 전 동독 지역에서 태어나 공산주의 시대에 유년시절을 보냈다. 화려한 슈퍼카들을 보며 자란 시기는 아니었지만, 어떤 이유인지 오토바이나 트럭, 탱크 등 바퀴 달린 것을 보면 무작정 그리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스케치한 자동차를 모형으로 만들기 위해 오래된 가구에서 나무를 가져와 다듬고 페인트칠을 한 후 장난감 자동차에서 얻은 바퀴를 달았던 경험도 떠올렸다.
성인이 될 때까지 혼다와 부가티, 세나 등 많은 자동차 스케치를 즐기던 그는 운송디자인을 전공으로 택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있는 포르츠하임대학에 진학했다.
밋챠 보커트는 대학 졸업을 앞둔 1997년, 인턴직으로 포르쉐에 입사, 2년 뒤 정규직 디자이너로 전환됐다. 당시 밋챠 보커트는 포르쉐 디자이너로 일하며 카이엔을 시작으로 2012년 콘셉트카인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를 비롯해 마칸 등의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밋챠 보커트는 포르쉐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안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현 폭스바겐그룹 디자인 총괄 겸 포르쉐 디자인 총괄인 마이클 마우어(Michael Mauer)를 꼽았다. 차량의 비율을 고려하는 방법과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는 노하우 등을 마이클 마우어에게 배우며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성장을 거듭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밋챠 보커트는 포르쉐 외관 디자인 총괄자리까지 올라 미션 E(Mission E), 포르쉐 917, 904 등의 콘셉트카를 디자인했다.
그는 다양한 작업과 결과물을 만들어 낸 당시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환상적인 시기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람보르기니에 합류한 밋챠 보커트…'모험과 미래에 대한 도전 놓칠 수 없어'
포르쉐 외관 디자이너로 연이어 성과를 올린 밋챠 보커트는 2015년 9월, 당시 폭스바겐그룹 디자인 총괄이었던 월트 드 실바((Walter De Silva)로부터 매력적인 제안을 받는다. 폭스바겐그룹에 편입된 람보르기니 센트로 스틸레(Lamborghini Centro Stile, 디자인센터)를 맡아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총괄해 달라는 제안이다.
그는 월트 드 실바의 제안을 두고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 밋챠 보커트는 슈퍼카의 대명사인 람보르기니가 자동차 디자인의 근원지라고 여기고 있었으며, 람보르기니를 디자인하는 일은 디자이너로서 꿈이자 모험, 미래에 대한 설레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세대 슈퍼카를 창조하는 일에 곧장 매료된 밋챠 보커트는 제안을 수락했고, 2016년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괄 자리에 오른다.
첫 임무 ‘우루스’부터 브랜드 최초 하이브리드 '레부엘토'까지 디자인 총괄
밋챠 보커트가 람보르기니에서 맡은 첫 번째 임무는 브랜드 변화를 이끈 중요한 차량인 ‘우루스’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우루스는 ‘달리기에 특화된 슈퍼카는 대부분 2인승’이라는 공식을 깬 5인승 슈퍼 SUV이자, 브랜드 두 번째 SUV 차량이다.
람보르기니의 첫 SUV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약 7년 동안 생산한 LM002다. 각국 군대에 납품할 군용 차량으로 제작된 LM002는 치타(Cheetah)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람보르기니는 LM002에 배기량 5167cc, 6800rpm에서 최대 450마력을 발휘하는 쿤타치 콰트로발볼레(Countach Quattrovalvole) V12 엔진을 탑재하며 고성능 오프로드 SUV를 표방했다. 하지만 당시 험지 운행이 어려운 수동 변속기를 탑재했다는 점과 나쁜 연비 때문에 판매 부진을 겪어 LM002를 단종했다.
2017년 첫선을 보인 람보르기니 두 번째 SUV, 우루스는 LM002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출시 4년 만에 누적 판매량 2만대를 돌파하며 브랜드 수익을 이끄는 효자 모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공의 배경 중 하나는 브랜드 DNA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차량을 람보르기니답게 그려낸 밋챠 보커트의 디자인이다.
밋챠 보커트는 람보르기니 첫 SUV의 상징성을 계승하기 위해 우루스 휠 아치와 삼각형 에어 아웃렛, 전면 후드의 파워 돔 등에 LM002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다. 그러면서도 람보르기니 슈퍼카 특유의 실루엣과 디자인 DNA를 유지했다. 예컨대 Y자 모양의 LED 헤드라이트 시그니처,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케 하는 기어셀럭터와 낮은 시트포지션, 대시보드 등 기존 람보르기니 슈퍼카 특유의 디자인 요소를 우루스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밋챠 보커트는 우루스 이후에도 큰 동기부여를 얻은 작업으로 테르조 밀레니오(Terzo Millennio) 콘셉트카 디자인을 꼽았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선보인 람보르기니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 ‘레부엘토’ 디자인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밋챠 보커트는 우루스에도 적용한 바 있는 Y자 모양 LED 헤드라이트 시그니처를 레부엘토 차량 전면부에 다시 한번 배치했다. 기존 차량에 이어 앞으로 출시할 차량에도 람보르기니를 상징하는 Y자 모양 LED 헤드라이트 시그니처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에도 디자인과 퍼포먼스라는 기본 요소를 지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전동화로 인한 차량 패키지와 아키텍쳐의 변화를 디자인에 반영해 성능 강화를 이끄는 작업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예컨대 머플러가 없다면 이 부분을 활용해 테르조 밀레니오나 란자도르 콘셉트카처럼 공기역학에 도움을 주는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밋챠 보커트는 변화 속에서도 어떤 파워트레인을 지녔든 람보르기니다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바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레부엘토나 우라칸, 우루스를 보면 바로 람보르기니 차량임을 식별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밋챠 보커트는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DNA를 유지하기 위해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실루엣과 브랜드의 전형적인 전면과 후면을 앞으로도 유지할 계획이다.
'디자인은 곧 열정…고통 따르더라도 멈춰선 안 돼'
밋챠 보커트는 끝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제언했다.
그는 “항상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정 자동차 디자이너를 원한다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배우고, 노력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더 노력하면 성장하게 된다”며 “디자인은 열정이다. 열정은 때때로 고통을 동반하지만, 극복해야 한다. 디자인을 배우기 좋은 대학과 최고의 환경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에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절대 멈춰선 안 된다. 팀워크 또한 더 큰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 낙천적으로 지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긍정적인 마음은 모든 것을 해내도록 이끌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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