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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인상, 더 큰 그림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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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02-15 17:25

택시요금 인상, 더 큰 그림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요금을 인상한다’는 말로는 더 이상 합리화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단순히 에너지 가격 인상이나 최저임금과 같은 평면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바닥에는 교통 시스템 개혁의 에너지가 도사리고 있다.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우리 나라는 대도시 중심의 국가다.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의 50%가 모여 있으며 수도권과 광역시 등 대도시 지역에 전체 인구의 거의 80%가 모여서 살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교통 정책은 대도시 교통 시스템을 중심으로 그 이외 지역의 특화 시스템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나라 교통 정책의 핵심은 대도시의 교통 시스템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파열음을 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타다 사태였다. 그리고 카카오의 모빌리티 업계 진출이었다. 그 파열음의 상대는 공교롭게도(?) 택시였었다. 전자의 경우는 택시 업계가 승리하였고 후자의 경우는 카카오 플랫폼으로 택시가 점차 흡수되어가는 추세다.


즉, 택시가 화두인 것이다.


요즘 자동차 산업들은 모두 모빌리티를 이야기하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도시 교통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왜냐 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교통수단과 이용 방법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진 것에 비하여 택시는 아직도 과거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까지 도시의 교통수단은 버스 아니면 택시였었다. 20세기 말에는 여기에 지하철이 가세하여 가장 큰 대중교통 분담률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2020년대인 지금 우리에게는 매우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다. 작은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첫번째는 도보 환경의 개선이다. 도심은 주차장의 증설을 억제하고 도로의 폭을 줄이고 보도를 쾌적하게 가꾸면서 차량의 도시 진입을 막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두번째는 따릉이와 같은 공유 자전거 플랫폼이다. 요즘은 전기 자전거를 이용한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경쟁하고 있다. 세번째는 공유 전동 스쿠터(킥보드)다. 면허증 소지와 헬멧 착용, 보도 통행 문제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신세대 모빌리티 디바이스다. 여기까지는 대중 교통 수단과 목적지의 사이를 연결하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즉 초단거리 교통 수단이다.


그리고 최근 진짜 전동 스쿠터의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였다. 도시에서 가장 비싼 리소스인 면적을 조금 사용하면서도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보다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심에서 다른 대중 교통 수단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은 자동차와 이륜차 경계에 존재하는 초소형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 전용 도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심 전용 자동차다. 그리고 그 다음은 우리가 잘 아는 것들이다. 개인 교통 수단으로는 경차 – 승용차가 있을 것이고 대중 교통 수단으로는 택시 – 마을버스 – 시내버스 – 광역버스 – 지하철 – 광역전철 등으로 세분화된다. 그리고 공유 플랫폼으로 카 쉐어링, 렌터카 등이 있다.


굳이 이렇게 길게 교통 수단들을 나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다양한, 그러면서도 새로운 종류의 교통 수단과 플랫폼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도시 교통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택시는 이전과 같은 대중 교통 수단으로서 자리잡을 수 없다는 논리적 결론에 도달한다.


세계적으로 택시의 교통 분담율은 떨어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택시의 교통 분담율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그것은 시장이 작아진다는 뜻이다. 시장이 작아진다면 이전과 같은 사업 모델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다.


즉, 사업 모델의 변경이 필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아니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방향은 이미 많은 선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토쿄는 택시의 교통 분담율이 대략 2%대에 머무른다 (2019년 기준 2.2%). 이에 비하여 서울은 아직 5% 중반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2010년의 7.2%를 최고점으로 꾸준하게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2020년 이후 통계는 코로나 사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 추세는 더욱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다. 2018년 6.3%에서 2019년 5.7%로 급격하게 떨어진 것과 비교하여 버스를 제외한 다른 대중 교통 수단들은 모두 증가했다. 즉, 전통적 교통 수단이었던 버스와 택시는 이전에 비하여 입지를 잃어간다는 뜻이다. 더욱 치밀해진 지하철 노선의 분담율이 가장 많이 늘어났으며 기타에 속하는 이륜차, 전동 킥보드 등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입지를 잃어가는 버스와 택시 가운데 버스는 이미 구조조정을 거의 끝마쳤다. 사회 인프라에 해당하는 버스가 갖는 공공성에 바탕을 둔 준공영제가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도시-광역 등으로 체계적으로 세분화하여 효율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버스에 비하여 택시는 어떤가? 택시는 버스처럼 공공성을 띄는 사회 인프라라고 하기에는 분담율이 부족하다. 따라서 택시는 버스처럼 준공영제를 도입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단, 버스 등의 교통수단이 부족한 도시 제외 지역에서는 준공영 택시가 효율적인 사회 인프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현재 활발하게 시험중인 로보 택시 등의 자율주행 플랫폼에게 직격탄을 맞을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택시의 방향성은 뚜렷해진다. 그것은 고급화이다. 지금처럼 채산성의 이유로 가격을 올리기만 한다면 결국 택시라는 교통 모델은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의 전환기이고 모빌리티의 혁신기다. 따라서 정책은 상황의 변화와 미래의 방향성을 모두 고려하여 지향점을 또렷하게 갖고 정해져야 할 것이다. 큰 그림을 정하면 앞서 거론했던 모든 교통 수단과 플랫폼의 자리가 보다 명확하게 정해질 것이고 마찰의 요소도 줄어들 것이다. 사회 인프라에 해당하는 교통 수단에는 세금 투입이 자유로워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수단에게는 사업성 검토를 통한 사업 모델의 조정 또는 변신이 가해질 기반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은 불가능하다. 시대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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