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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전기차를 살까? 내연기관차를 살까? 아니면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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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11:00

267. 전기차를 살까? 내연기관차를 살까? 아니면 기다릴까?



보조금 정책 변화로 유럽과 중국 등 주요국의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일 년 반 이상 기다려야 했던 아이오닉과 EV6 시리즈도 한 달 반이면 받을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올해 가장 큰 변수는 보조금 제도 변경으로 인한 주요국의 전기차 판매 부진이다. 그러자 유튜브에 등장하는 일부 소위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신뢰성을 상실하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이 특히 심하다. 전기차를 둘러싼 새로운 데이터와 시장 상황을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기후 위기 때문에 비건을 선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출산 파업이라는 단어도 등장해 있다. 암담한 미래의 세상에 후손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내 자식을 낳아서 미래를 더 암담하게 하는데 일조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 그뿐 아니다. 기후 우울증 환자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 중에서도 어린 학생과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유엔은 지구의 인구는 현재 80억에서 130억까지는 필연적으로 증가하고 그 이후로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지금도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더 악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 지구적으로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성장에 매몰되어 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이 필수적이다. 그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기온상승 억제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물론 로마클럽이 1972년 발간한 ‘성장의 한계’ 50주년을 맞아 ‘모두를 위한 지구(2022년, 착한 책가게 刊)’라는 보고서에서는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의 상황과 그동안의 발자취를 통해 성취해 낸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 전제는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런 희망이 무의미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인류문명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어 즉각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정책을 제언하며 당장에 나서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담론의 거의 없는 한국에서는 이런 이야기조차 관심 밖이다.





‘모두를 위한 지구’와 같은 가능성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의견도 있다. 에너지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무한한 부의 시대가 온다(폴 제인 필저, 스티븐 P. 자초 共著, 2023년, 오월구일 刊)’의 저자들은 에너지의 공급은 앞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에너지의 소비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압파쇄와 파도, 더 효과적인 굴착 기술, 풍력, 수력발전, 수소, 핵, 태양광 등 새롭고 폭넓은 원천을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하여 에너지 공급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로 인해 실질 에너지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2033년부터 평균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전기차와 지능형 냉난방 시스템, 주택건설 등에 발전된 기술이 적용되어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보았다.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는 백열전구를 LED로 바꾸기만 해도 조명에 쓰이는 전 세계 에너지 비용을 90%, 즉 2조 달러 가까이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뿐만 아니라 줌 회의, 온라인 쇼핑, 포장 주문, 자율주행 전기차 등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100%의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 지열 에너지는 2030년 이후 에너지 산업 전체를 쓸모 없이 만들 수 있다는 제안도 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데이터를 좀 더 들여다보자. 전 세계 GDP 90조 달러의 약 10%가 에너지 생산에 들어간다. 이 9조 달러는 앞으로 훨씬 더 저렴해질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 에너지의 약 35%를 석유에서 30%를 석탄에서, 25%를 천연가스에서, 5%를 핵발전에서, 5%를 재생에너지원에서 얻고 있다. 나라와 지역별로 차이가 크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화석연료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채굴된 석유의 잉여 문제가 부상해 있다. 오늘날 세계는 한 시간이 417만 배럴, 하루에 약 1억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1년으로는 2,650억 배럴에 해당한다. 이는 채굴된 원유의 양보다 적은 것이다. 이런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곳곳의 저장시설이나 바다 위 유조선에 석유를 갖고 있는 모든 이들이 내일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며 최대한 생산이나 운송을 늦추고 있다.

폴 제인 필저가 1991년에 했던 말이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뉴저지 주 엘리자베스에 이르는 정유공장들 밖에는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들이 밀려 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걸프 지역의 산유국들은 허둥대고 있어요. 그들은 실질적으로 유정 가동을 중단할 수 없고 저장 시설은 가득 찼습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원유를 둘 곳이 없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2년 이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요동쳤다. 지금도 배럴당 200달러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모두 정치적인 가격이다. 정치인들은 기후재앙이나 그들 나라의 국민들보다는 그들의 권력을 더 중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유국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가격 담합을 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원유를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갖은 수단을 동원해 가격 조작을 하고 있다.




이런 혼란은 자동차산업에서도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포드의 모델T가 모터리제이션을 촉발했을 당시인 1920년부터 1929년 미국의 자동차 평균 연비는 21mpg였다. 그러던 것이 석유 가격의 급락으로 1975년에는 15mp로 오히려 악화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석유 파동과 1975년 미국 정부가 시행한 CAFÉ(기업평균연비) 규제의 영향으로 미국 시장 자동차 평균 연비는 1985년에 27mpg까지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같은 시가 석유 가걱은 두 배 뛰었으나 높아진 연비 성능으로 높아진 가솔린 가격을 체감하지 못했다. 가장 크게 기여한 기술적인 특징은 카뷰레터가 전자 연료분사장치로 바뀐 것이었다.

이는 1992년 캘리포니아주의 클린 에어 액트를 계기로 다시 한번 진화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이유로 우여곡절 끝에 시행이 되고 있고 미국의 다른 주도 같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때도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노력이 있었다. GM이 EV1이라는 모델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하고 단종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서는 석유업체들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래서 ‘Who Killed the Electric Cars’라는 영화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한 시험대에 놓여 있다. 배터리 전기차가 최선의 대인인가에 대한 논란부터 보조금 정책의 변화로 인한 판매 부진이 당장에 드러난 현실이다. 그리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인식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으로 부상한 인터넷 미디어- 오늘날에는 유튜브가 지배하는- 들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주가가 매몰된 세력들이 대부분의 가치 판단을 오직 주가지수로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세계적인 양극재 회사 에코프로에 주가 폭락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 에코프로의 주가를 끌어 올리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애널리스트 출신 전문가(?)는 지금은 과잉이라며 3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할 목적이라면 권고한다고 말했다.

주주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이라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들은 언제나 책임 회피를 할 수 있는 핑계를 찾는데 능하다. 그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그 어디에도 해소할 방법이 없다. 결국은 자신의 통장 잔고를 공개하며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하는 것으로 사태는 지나가고 있다. 그럴듯한 기술적인 데이터를 동원해 투자자들을 현혹해 주가를 끌어 올리고 그 혜택을 고스란히 자신이 챙긴 것이다. 유튜브 시대의 주가 조작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못 믿어 새로운 정보원을 찾았는데 그 역시 믿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런 전문가들의 극단적인 평가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 LCA차원에서 전기차의 환경피해가 많다는 점을 동원해 내연기관의 효율성 증대가 더 좋은 대안이라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배터리 전기차는 배터리의 비용이 많이 들고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환경 피해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에 대해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도 폴 제인 필저의 글을 옮긴다.

EPA는 배터리 전기차와 하으브리드 전기차에 대해 휘발유 1갤런과 동일한 비용으로 충전했을 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계산하며 이를 MPGe라고 표기한다. 이는 가솔린 자동차 연비 기준으로 전기차의 연비를 계산하기 위해 도입한 단위이다. 전기 33.7kWh 가 가솔린 1갤런과 같다고 가정한다.

EPA는 MPGe를 계산하기 위해 먼저 가솔린 1갤런의 에너지양과 동일한 전기 에너지양을 측정한다. 그다음 자동차가 특정 거리를 가는 데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양을 계산해 가솔린 자동차 연비에 해당하는 전기차의 MPGe를 계산한다.

현재 기존 내연기관차 연비가 25mpg 라고 할 때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연비는 30MPGe, 배터리 전기차는 125MPGe다. 내연기관차는 에너지의 40%도 채 사용하지 못하며 60% 이상을 열 손실로 낭비한다. 반면 전기차는 사용되는 전력 100% 가까이 바퀴로 보낸다. 내연기관차보다 500% 이상 높은 전기차의 효율성은 대기오염이 사실상 없다는 이점을 제외한 것이다.

전기차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전기의 생산과정에서의 환경 영향을 지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영향은 매우 적다. 어차피 저장될 수 없는 잉여 전력을 한밤중에 충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한 개인의 감각적인 비교와 기술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결과 중 어느 쪽을 신뢰할까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선택의 문제이기는 하다.




배터리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한 지 5년가량 지났다. 그동안은 보조금으로 판매를 끌어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증가도 일조했다. 그리고 지금은 보조금 제도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면서 사람들은 다시 무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올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작년보다 크게 하락했다. 전기차 판매 부진과 재생에너지의 현재, 그리고 친환경 연료라는 칼럼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미국에서는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화되면서 자동차회사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 전기차 최대시장인 중국은 올 상반기 2022년 122.9% 증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36% 증가에 그쳤다. 시장조사회사들도 당초의 전망치를 크게 낮추고 있다.

자동차회사의 현 상황은 포르쉐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잘 보여 주고 있다.

포르쉐 타이칸의 판매가 2022년에 16% 감소한 3만 4,801대에 그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7% 감소한 1만 7,991대에 그쳤다. 부품 가용성 부족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도 포르쉐는 올해 전체 판매에서 타이칸의 점유율 12%~14%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르쉐의 전기차 점유율은 올 상반기까지 10.8%로 지난해 13%에서 하락했다. 반면 영업 이익 및 수익에서 내연기관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마칸의 전기차 출시가 지연되고 대신 내연기관 모델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포르쉐의 대표적인 모델인 911은 올해 상반기 판매가 20% 증가한 것도 포르쉐의 현 상황을 보여 준다

보조금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다시 익숙한 내연기관차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른 유럽연합도 비슷하다. 유럽연합에서는 2023년 6월 처음으로 디젤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이 등록됐다. 유럽 제조업체 협회(ACEA)에 따르면 6월 유럽연합에서 신규 배터리 전기 승용차 등록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66.2% 증가한 15만 8,252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신차 판매의 15.1%에 달하는 것으로 2022년 6월 10.7%에서 증가했다.

디젤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6월 17.4%에서 13.4%로 떨어졌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8.2%에서 7.9%로 약간 감소했다.



ACE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연합에 등록된 배터리 전기 승용차는 전년 동기 대비 53.8% 증가한 70만 3,586대였다. 이 기간에 배터리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3%였다.

올해 보조금 지침이 조정되면서 일부 국가에서 배터리 전기차 등록이 감소했다. 독일에서는 2023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고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도 축소됐다.

반면 미국 컨설팅업체 앨릭스 파트너스는 최대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판매 점유율이 2027년 전체 신차 판매의 39%에 달하리라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27년 시점에서 23%를 예상했다. 중국의 2027년 신차 판매 대수는 22년 대비 20% 증가한 2,91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판매 대수는 9,370만대로 예상했다.

아직 연간 실적이 나오지 않아 전기차 시장 관련 전체적인 추세를 분석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GM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얼티움 플랫폼 베이스의 모델들을 출시하는 등 메이저 업체들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는 저가 중국산 전기 승용차 진출도 추진되고 있다.

상황이 어떻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한국의 현 상황은 근본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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