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9,297
그랜저의 품질 사태 SDV의 명암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조회 4,251회 댓글 0건

머니맨
2023-04-26 11:25
그랜저의 품질 사태 SDV의 명암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신형 그랜저의 품질 문제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전과 양상이 다르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모델 차원의 품질 관리 문제가 아니다.
물론 신모델은 초기에 다양한 품질 문제를 겪는 것이 드물지는 않다. 하지만 그랜저가 사용한 3세대 플랫폼은 이미 많은 모델들이 사용했다. 팰리세이드-텔룰라이드를 제외한 현대차그룹의 준중형 이상 모델들은 이미 3세대 기반이다. 따라서 충분한 피드백이 설계 과정에서 고려되었을텐데도 디 올 뉴 그랜저에게서 이렇게 많은 문제가 꾸준하게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하지만 문제의 빈도보다 더 중요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발생되는 문제의 성격이 이전의 신차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델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장통과 같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로 가는 과정이 그랜저 품질 사태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디 올 뉴 그랜저가 결함의 온상처럼 되어 버린 데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바로 이 모델이 현대차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올라간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가 CCNC, 즉 커넥티드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제어기 OTA다. 두가지 신기술의 공통점이 바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OTA의 장점이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여 결함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던 현대차의 말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묘한 기분이 드는 이유.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디 올 뉴 그랜저는 SDV의 방향으로 가는 것만은 확실하다. 현대차는 이미 도메인 컨트롤 유닛(DCU, Domain Countrl Unit) 아키텍처를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즉, 능동 주행, 인포테인먼트, 새시 컨트롤 등 기능 그룹별로 부분 통합 개념의 시스템 구성을 사용하는 것이다. 최종적인 목표는 하나의 고성능 프로세서가 차량의 모든 기능을 처리하는 통합제어기 아티텍쳐다. 마치 하나의 AP(Application processor)로 모든 기능을 처리하는 스마트 폰의 구조와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 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도메인 컨트롤 유닛 아키텍쳐만 하더라도 이전보다 많은 센서의 입력을 받아들이고 많은 액츄에이터를 통하여 기능을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여러가지 센서의 정보를 통합하여 판단에 사용하는 센서 퓨전 방식이 사용되며 여러가지 액츄에이터들을 동시에 제어하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기능들을 신속하게, 혹은 추가로 구현할 수 있다. 즉, 도메인 컨트롤 유닛 안에서 정보의 취사선택과 혼합, 마찬가지로 액츄에이터의 제어 로직이 복잡하게 구현된다는 뜻이다. 바로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말이다.
따라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반대로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기상 천외한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분명 존재한다. 최근 디 올 뉴 그랜저에서 보고된 전방에 아무 것도 없는데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가 작동하는 ‘귀신을 보는 그랜저’ 현상도 이런 것이다. 그래서 현대차가 안내한 해결책도 제어기 업데이트, 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앞서 말했던 ‘미래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 폰’이라는 말은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목숨을 – 그것도 타인의 목숨까지 – 좌우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최신형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다. 구입한 지 두어 달 되었는데 이미 몇 차례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았다. 정확하게는 디버깅이다. 그 가운데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카메라의 빛 번짐 현상을 개선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전에는 완전히 광학 현상의 결과였던 것 조차도 필터링 소프트웨어로 조절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면이 자동차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나는 자동차를 스마트 폰처럼 개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카메라였다면 광학적인 완성도를 높여 빛 번짐 현상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을텐데, 이제는 적당한 수준으로 하드웨어의 품질을 컨트롤한 뒤 소프트웨어 필터링으로 완벽한 하드웨어를 ‘모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카메라가 자동차의 전방 보행자 인식용 카메라였다면, 그 카메라의 빛 번짐 영역에 보행자가 있었고 그것이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원인이었다면 소프트웨어 필터 업데이트를 통해서 해결되었다고 만족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최근 자동차 개발 분야에 IT 업계 출신 인력들의 유입이 많다. 자동차 회사 및 부품사들의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지나친 걱정이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IT 업계에서는 일상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디버깅 문화가 혹시라도 자동차 개발 과정에 스며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걱정이 드는 이유가 단순히 인력 구성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차로의 전환기에서 자동차 업계는 엄청나게 많은 개발비를 투입하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의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 원가 절감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품질과 관련한 용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이고 다른 하나는 QC(quality control, 품질 관리)다. 제품의 품질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QC에서도 품질 기준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금만 느슨하게 해도 생산 수율 상승에 의한 수익성 향상이 엄청나다. 그런데 더 큰 악마는 QA에 있다. QC가 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면 QA는 회사의 프로세스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더 큰 영향, 혹은 원가 절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큰 영역을 차지하지 않았던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진 DCU 아키텍처를 사용한 차량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면 소프트웨어의 품질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단순해진 하드웨어 아키텍쳐에 의한 원가 절감은 그대로 향유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품 전체의 품질은 보장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아이오닉 5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많은 초기 고객들이 다양한 품질 문제를 겪었었다. 그러나 이 때는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었다. 비록 완전히 처음 만들어진 E-GMP 아키텍쳐 기반의 모델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을 고객들은 알았다. 하지만 얼리어답터에 가까운 고객들의 성향이 새로운 기술을 먼저 경험하는 대가로 일정 수준의 품질 문제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랜저의 경우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그랜저는 현대 브랜드의 기함이다. 따라서 기함 수준의 품질을 원하는 고객들의 기대가 당연히 크다. 또한 준대형 세단 시장의 고객들, 특히 그랜저의 고객들은 얼리어답터 적인 성격과는 매우 거리가 크다. 따라서 고객들이 초기의 품질 문제를 아이오닉 5 때처럼 이해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분명 디 올 뉴 그랜저는 새로운 시도와 기술이 집약된 근 미래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현대 브랜드의 기함을 구입한 것이다. 이해를 구하기보다 만족을 우선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위라이드, 아부다비 로보택시 무인 운행 지역 확대…중동 첫 완전 무인 시범 서비스
[0] 2025-05-22 11:45 -
폴스타 3, BBC 탑기어 선정 '최고의 전기 SUV' 등 잇단 수상 쾌거
[0] 2025-05-22 11:45 -
하나라도 잘해 포르쉐ㆍ폭스바겐 CEO 겸직 '올리버 블룸' 불만 고조
[0] 2025-05-22 11:45 -
배운대로 청소하고 요리까지 척척 테슬라, 진화한 옵티머스 영상 공개
[0] 2025-05-22 11:45 -
‘BMW 엑설런스 라운지’...럭셔리 로드스터 '콘셉트 스카이탑’ 국내 공개
[0] 2025-05-22 11:45 -
짠돌이로 변한 미국 소비자들, 자동차 평균 수명 12.8년 돌파... 한국은?
[0] 2025-05-22 11:45 -
'만남의 공간으로 변신' 페라리, 새로운 딜러십 CI 반영 첫 전시장 오픈
[0] 2025-05-22 11:45 -
10년간 100kg 증가, 비만병에 걸린 자동차
[0] 2025-05-22 11:45 -
기아 EV3, 유로 NCAP 최고 등급 획득… 안전성·상품성 동시 입증
[0] 2025-05-22 11:45 -
포르쉐 전동화의 정점, 700마력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GTS’ 국내 출시
[0] 2025-05-22 11:4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재규어 랜드로버, 향후 5년간 약 25조원 투자 럭셔리 전동화 속도 낸다
-
현대의 해외 시장용 소형 해치백 i10의 디자인
-
달나라 가는 현대차그룹, 우주 모빌리티 영역 확장...달 탐사 전용 로버 개발 착수
-
제네시스, 전기차 니즈 반영한 상품을 하나로 묶은 ‘EV 서비스 패키지’ 출시
-
현대차, 컨템포러리한 중형 세단 '쏘나타 디 엣지' 사전계약...2787만 원부터
-
캐나다→멕시코 1만 5700km, 아이오닉 5 총 연료비 62만 원...휘발유였다면?
-
[아롱 테크] 인간보다 눈치 빠른 '라이다와 카메라' 레벨3 자율주행 핵심
-
GMC 시에라, 이 거대한 차를 누가 샀나 했더니 '성공한 40대 남성' 니치 마켓 안착
-
테슬라, 미국시장에서 모델3 보조금 전 4만 달러 이하로 가격 인하
-
테슬라, 올 1분기 매출액 236억 달러 달성
-
2023 상하이오토쇼 폭스바겐 ID. 넥스트
-
기아 초록여행, 4월 장애인의 날 맞아 패키지여행 확대 발표
-
GM, 장애인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오픈하며 다양성 및 포용성 가치 확대
-
GM 한국사업장, 지속 가능한 한국사업 위해 생산 하도급 현안 근본적 해결 추진
-
[상하이 오토쇼] 현대모비스, 미래형 전동화 플랫폼 ‘e-CCPM’ 공개...中 시장 공략 가속화
-
현대차, 의료용 착용로봇 ‘엑스블 멕스' 보행 장애 이동 약자 재활치료 지원
-
현대자동차, 의료용 착용로봇으로 보행 재활치료 돕는다
-
BMW 동성 모터스, 부산·경남 지역 최초로 해운대에 ‘M 퍼포먼스 개러지’ 오픈
-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대규모 전국 시승 이벤트 개최!
-
페라리 푸로산게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 카 디자인 어워드 2023 수상
- [유머] 세금도둑이 하는 일
- [유머] 19) 독일의 성문화
- [유머] 건설현장 화장실 문을 자꾸 뜯는...
- [유머] 제대로 선을 넘어버린 요즘 군대 근황
- [유머] 귀여운 물개
- [유머] 돌아버린 롯데리아 근황
- [유머] 극단적인 소녀
- [뉴스] 진서연 '원래 '독전' 전라 노출이었다... 남편이 대본 보더니 '멋있다'며 적극 추천'
- [뉴스] '한국 디자인 유학생 1호'라는 100만 유튜버 밀라논나 '내가 출근 안하는 날 삼풍백화점 붕괴'
- [뉴스] '시동생과 불륜 저지른 아내, 시아버지와도 관계'... 이혼 전문 판사가 공개한 충격적인 사연
- [뉴스] 보육원에 꾸준히 기부했던 '62억 건물주' 기안84... 알고 보니 미담꾼이었다
- [뉴스] 박보영, 또 훈훈함 '미담' 전해졌다... 박진영 '내가 마련한 자린데, 계산 대신 해줘'
- [뉴스] GD까지 제치고 '차트 올킬'한 조째즈, '전참시' 출연해 미모의 아내 공개했다
- [뉴스] 윤진이, 피부과 시술받다 얼굴 화상으로 5천만원 배상 받은 상처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