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670그랜저의 품질 사태 SDV의 명암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조회 3,087회 댓글 0건
3
머니맨
2023-04-26 11:25
그랜저의 품질 사태 SDV의 명암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신형 그랜저의 품질 문제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전과 양상이 다르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모델 차원의 품질 관리 문제가 아니다.
물론 신모델은 초기에 다양한 품질 문제를 겪는 것이 드물지는 않다. 하지만 그랜저가 사용한 3세대 플랫폼은 이미 많은 모델들이 사용했다. 팰리세이드-텔룰라이드를 제외한 현대차그룹의 준중형 이상 모델들은 이미 3세대 기반이다. 따라서 충분한 피드백이 설계 과정에서 고려되었을텐데도 디 올 뉴 그랜저에게서 이렇게 많은 문제가 꾸준하게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하지만 문제의 빈도보다 더 중요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발생되는 문제의 성격이 이전의 신차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델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장통과 같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로 가는 과정이 그랜저 품질 사태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디 올 뉴 그랜저가 결함의 온상처럼 되어 버린 데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바로 이 모델이 현대차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올라간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가 CCNC, 즉 커넥티드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제어기 OTA다. 두가지 신기술의 공통점이 바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OTA의 장점이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여 결함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던 현대차의 말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묘한 기분이 드는 이유.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디 올 뉴 그랜저는 SDV의 방향으로 가는 것만은 확실하다. 현대차는 이미 도메인 컨트롤 유닛(DCU, Domain Countrl Unit) 아키텍처를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즉, 능동 주행, 인포테인먼트, 새시 컨트롤 등 기능 그룹별로 부분 통합 개념의 시스템 구성을 사용하는 것이다. 최종적인 목표는 하나의 고성능 프로세서가 차량의 모든 기능을 처리하는 통합제어기 아티텍쳐다. 마치 하나의 AP(Application processor)로 모든 기능을 처리하는 스마트 폰의 구조와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 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도메인 컨트롤 유닛 아키텍쳐만 하더라도 이전보다 많은 센서의 입력을 받아들이고 많은 액츄에이터를 통하여 기능을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여러가지 센서의 정보를 통합하여 판단에 사용하는 센서 퓨전 방식이 사용되며 여러가지 액츄에이터들을 동시에 제어하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기능들을 신속하게, 혹은 추가로 구현할 수 있다. 즉, 도메인 컨트롤 유닛 안에서 정보의 취사선택과 혼합, 마찬가지로 액츄에이터의 제어 로직이 복잡하게 구현된다는 뜻이다. 바로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말이다.
따라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반대로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기상 천외한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분명 존재한다. 최근 디 올 뉴 그랜저에서 보고된 전방에 아무 것도 없는데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가 작동하는 ‘귀신을 보는 그랜저’ 현상도 이런 것이다. 그래서 현대차가 안내한 해결책도 제어기 업데이트, 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앞서 말했던 ‘미래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 폰’이라는 말은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목숨을 – 그것도 타인의 목숨까지 – 좌우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최신형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다. 구입한 지 두어 달 되었는데 이미 몇 차례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았다. 정확하게는 디버깅이다. 그 가운데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카메라의 빛 번짐 현상을 개선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전에는 완전히 광학 현상의 결과였던 것 조차도 필터링 소프트웨어로 조절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면이 자동차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나는 자동차를 스마트 폰처럼 개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카메라였다면 광학적인 완성도를 높여 빛 번짐 현상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을텐데, 이제는 적당한 수준으로 하드웨어의 품질을 컨트롤한 뒤 소프트웨어 필터링으로 완벽한 하드웨어를 ‘모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카메라가 자동차의 전방 보행자 인식용 카메라였다면, 그 카메라의 빛 번짐 영역에 보행자가 있었고 그것이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원인이었다면 소프트웨어 필터 업데이트를 통해서 해결되었다고 만족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최근 자동차 개발 분야에 IT 업계 출신 인력들의 유입이 많다. 자동차 회사 및 부품사들의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지나친 걱정이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IT 업계에서는 일상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디버깅 문화가 혹시라도 자동차 개발 과정에 스며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걱정이 드는 이유가 단순히 인력 구성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차로의 전환기에서 자동차 업계는 엄청나게 많은 개발비를 투입하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의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 원가 절감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품질과 관련한 용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이고 다른 하나는 QC(quality control, 품질 관리)다. 제품의 품질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QC에서도 품질 기준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금만 느슨하게 해도 생산 수율 상승에 의한 수익성 향상이 엄청나다. 그런데 더 큰 악마는 QA에 있다. QC가 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면 QA는 회사의 프로세스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더 큰 영향, 혹은 원가 절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큰 영역을 차지하지 않았던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진 DCU 아키텍처를 사용한 차량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면 소프트웨어의 품질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단순해진 하드웨어 아키텍쳐에 의한 원가 절감은 그대로 향유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품 전체의 품질은 보장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아이오닉 5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많은 초기 고객들이 다양한 품질 문제를 겪었었다. 그러나 이 때는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었다. 비록 완전히 처음 만들어진 E-GMP 아키텍쳐 기반의 모델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을 고객들은 알았다. 하지만 얼리어답터에 가까운 고객들의 성향이 새로운 기술을 먼저 경험하는 대가로 일정 수준의 품질 문제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랜저의 경우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그랜저는 현대 브랜드의 기함이다. 따라서 기함 수준의 품질을 원하는 고객들의 기대가 당연히 크다. 또한 준대형 세단 시장의 고객들, 특히 그랜저의 고객들은 얼리어답터 적인 성격과는 매우 거리가 크다. 따라서 고객들이 초기의 품질 문제를 아이오닉 5 때처럼 이해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분명 디 올 뉴 그랜저는 새로운 시도와 기술이 집약된 근 미래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현대 브랜드의 기함을 구입한 것이다. 이해를 구하기보다 만족을 우선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3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는 약속, 자동차는 '절반의 마음'으로 달려야 안전
[0] 2024-11-26 17:00 -
[기자 수첩] 도요타 아키오 회장 '모리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의 비결
[0] 2024-11-26 14:25 -
볼보코리아, 에어 서스펜션 ‘XC60 윈터 에디션’ 60대 온라인 한정 판매
[0] 2024-11-26 14:25 -
'상품성 대폭 강화' 9세대 완전변경,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국내 출시
[0] 2024-11-26 14:25 -
650마력 더 강력한 성능으로 3.5초, 기아 '더 뉴 EV6 GT' 계약 개시
[0] 2024-11-26 14:25 -
[EV 트렌드] 볼보, 중국 전용으로 새로운 PHEV SUV 'V446' 개발 중
[0] 2024-11-26 14:25 -
현대자동차-울산시-中광저우시, 수소생태계 확산 위한 업무협약 체결
[0] 2024-11-26 14:00 -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인천 학대피해아동 보호 위한 전문기관 조성에 5억 원 지원
[0] 2024-11-26 14:00 -
토요타 가주레이싱 월드 랠리팀 4년 연속 제조사부문 우승 차지
[0] 2024-11-26 14:00 -
전기차 계기판 주행 가능거리 실제와 차이 커...테슬라, 저온에서 최대 21%↓
[0] 2024-11-26 14:00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디자인 실험은 끝났다 - 현대 더 뉴 투싼의 디자인 업데이트의 의미
-
현대모비스, 세계 최초 차량용 QL디스플레이 개발
-
볼보 EX30, 이틀만에 사전예약 1,000대 달성
-
'대화면 고화질 슬림화' 현대모비스, 화질의 끝판 차량용 QL 디스플레이 개발
-
[아롱테크] 자동차 계기판 경고등이 보내는 신호, 안전운전 위한 단순 메시지?
-
BMW, M브랜드의 첫 번째 전기차는 iM3
-
메르세데스 벤츠, 미국공장에서 EQS SUV 대신 GLC EV 생산한다
-
KG 모빌리티, 신규 대표 브랜드 ‘KGM’ 론칭..내년 1분기 내 교체 완료
-
국내 전기차 보유자, 현재와 미래 최강국 미국 · 경계 대상 1위는 중국
-
만트럭버스 그룹, 자율주행 경쟁력 입증 ‘트럭 이노베이션 어워드 2024’ 수상
-
'현대차 아이오닉 5 N 올해의 차ㆍ기아 EV9 올해의 패밀리카' 2023 탑기어 어워즈 선정
-
'간편결제 · 전기차 특화' 르노코리아, 오로라 프로젝트에 'TMAP 인포테인먼트' 탑재
-
이네오스 오토모티브, 프랑스 함바흐 공장에서 첫 양산형 쿼터마스터 생산
-
혹한에 주행거리 절반 뚝, 전기차 배터리 성능 비상...겨울 전용 모드 적극 사용
-
현대차ㆍ기아, 하이브리드 7개 차종 23만 7000대 BMS 오류로 속도제한
-
스텔란티스 코리아, ‘2023 지프·푸조 서비스 스킬 콘테스트’ 개최
-
콘티넨탈, 타이어 구매 고객 대상 2023 AFC 아시안컵 카타르 관람권 및 항공권 증정 이벤트 진행
-
만트럭버스코리아, 상용차 전문 정비 인력 양성 위한 ‘아우스빌둥’ 6기 출범식 개최
-
한국앤컴퍼니, 기관투자자 소통 강화 위한 현장 설명회 진행
-
현대차그룹, 안전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 개최
- [유머] 무한도전이 예언한 정우성
- [유머] 튜닝 센스
- [유머] 한국인한테 욕먹어서 힘든 일본인
- [유머] 역사상 최악의 실수라 평가받는 노벨상
- [유머] 굳어가는 뇌를 살리는 법
- [유머] 다람쥐가 먹이집착이 심한 이유
- [유머] 친누나의 급발진
- [뉴스] 한강에서 요트 타고 칵테일 마셨더니... 서울시 주선 미팅서 '27쌍' 눈맞았다
- [뉴스] 軍 간부 10명 중 6명 '군인 직업, 추천 안해'... 군인 사기, 확 꺾였다
- [뉴스] 걷기 힘들 정도의 심한 통증에도... '항암 8차례' 유방암 견뎌내고 피트니스 대회서 1등한 50대 여성
- [뉴스] '군수 직능 최초' 첫 여성 장군 탄생... 김진희 육군 군수사 장비정비계획과장
- [뉴스] 구독자 7000만명 돌파한 '사촌남매 유튜버'의 정체... 국내 개인 유튜버 중 최고
- [뉴스] 정찬성도 실력 인정한 허경환, 美 주짓수 대회서 준우승 차지
- [뉴스] 김종민, 11세 연하 여친과 결혼 준비 중... 미리 딱 정해준 신지·빽가 축의금 액수